급류에 빠진 탑차기사, 10여명 목숨 살려

2010. 8. 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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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익산 궁평교 붕괴 현장서 '살신성인'

(익산=연합뉴스) 임 청 기자 = 폭우로 강물에 빠진 40대 탑차 기사가 급류에서 간신히 헤엄쳐 나온 뒤 현장을 지나던 차량을 통제한 덕분에 대형 인명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사실이 18일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14일 새벽 4시께 전북 익산시 왕궁면 '궁평교'. 시간당 8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던 현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칠흑같이 어두웠다.

탑차를 몰고 익산시내에서 왕궁면 방향으로 가던 진승용(44.화물운수업ㆍ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씨는 궁평교를 지나는 순간 몸이 허공에 붕 뜨면서 탑차와 함께 다리 밑으로 추락했다.

불어난 급류로 이미 궁평교가 붕괴된 사실을 모른 채 차를 몰았던 것이다.

떠내려 가는 탑차에서 발버둥쳤지만 거센 물살 때문에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 상태에서 300m를 떠내려 가던 그는 앞문 유리창을 깨고 겨우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거센 물살 때문에 또 다시 하류 쪽으로 500m 가량 떼밀려 갈 수밖에 없었던 그는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뜩 들었고, 필사적으로 있는 힘을 다해 헤엄쳐 둑에 올랐다.

이미 지칠대로 지쳐 정신은 혼미한 상태. 하지만 겨우 목숨을 건진 진씨는 숨돌릴 틈도 없이 사고 현장인 궁평교로 내달렸다.

현장에 다다를 즈음 익산 쪽에서 차량 두 대가 불빛을 내며 달려왔다. 이를 목격한 그는 도로 위로 재빨리 올라가 소리를 지르고 손을 흔들며 가까스로 차량을 세웠다.

때마침 붕괴된 궁평교 반대쪽에서도 화물차 2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한 마디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불어난 물 때문에 반대편으로 건널 수 없었던 그는 또 다시 힘차게 소리쳤고, 이를 본 운전사들은 추락 직전에 차량을 겨우 멈춰 세울 수 있었다.

소방차와 경찰차가 신고를 받고 달려오기 20여분간 그가 제지한 차량은 모두 7대. 그의 살인성인의 정신이 10여명의 인명을 구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김씨는 그날의 사고로 장기가 훼손돼 현재 익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는 자신이 10여명의 목숨을 구했다는 주위의 칭찬에 "사고 당시에는 아무런 경황이 없었다. 내 몸도 지칠대로 지쳐 있었지만 또 다른 사고를 막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어 천만다행이다"며 겸손해했다.

lc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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