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정씨 범행 부인..경찰 증거 충분한가
(안양=연합뉴스) 박기성 기자 = 16일 경찰에 붙잡힌 이혜진(11)ㆍ우예슬(9) 양 납치 및 살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정모(39) 씨가 검거 6시간 이상 경과한 17일 새벽까지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밤샘 조사를 진행중인 경찰은 "몇 시간 후면 모든 게 명확해 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정 씨가 부인으로 일관할 경우 자백을 이끌어 낼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
경찰이 지금까지 공개한 증거는 정 씨가 두 어린이 실종 당일 밤 빌려 다음날 반납한 렌터카의 트렁크에서 발견된 혈흔이 유일하다.
경찰은 지난 14일 이 혈흔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 의뢰했고 이틀 뒤인 이날 실종된 두 어린이의 것과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정도의 증거라면 범죄 연관성 입증에 상당히 설득력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를 갖는다. 정 씨가 이 증거 앞에서 무너져 범행 일체를 자백한다면 수사가 쉬워질 수 있다.
문제는 용의자 정 씨가 계속 버틸 경우에 생긴다. 렌터카를 사용한 것은 인정하지만 트렁크에서 나온 핏자국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잡아뗀다면 이보다 더 결정적인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물론 이 증거만으로도 구속영장을 발부받을 가능성이 비교적 높지만 기소 후 법정에서 그를 범인으로 인정받기에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두 어린이의 혈흔이 묻어 있는 차량이 정 씨 소유라면 직접 증거가 될 수 있지만 문제의 렌터카는 두 어린이가 실종된 이후 최근까지 정 씨 말고도 8명이 더 대여해 사용했다.
확실히 무게 중심이 정 씨 쪽으로 기울어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정 씨가 범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렌터카에서 확보한 혈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수사팀도 알고 있다.
수사팀은 정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검거에 나서면서 동시에 그가 살고 있는 안양시내 모 빌라 반지하 집에 대해 정밀 감식작업에 들어갔다.
이 곳에서는 이미 지난 14일 경찰이 혈흔을 찾기 위해 루미널 시약 테스트를 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에는 정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기 전이어서 면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정밀 감식에서는 머리카락 한 올, 희미한 핏자국 하나도 꼼꼼하게 찾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 씨의 집에서 무엇이든 두 어린이에게서 나온 흔적이 발견된다면 그는 더 이상 범행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수사팀 관계자들은 정 씨를 상대로 한 취조 진행 상황을 일절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전 11시 수사상황을 브리핑하겠다고 밝혀 경찰이 어떤 또 다른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이 때 가서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jeans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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