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쇄신안 무엇을 담았나(종합)

2008. 4. 2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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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22일 발표된 삼성그룹 쇄신안의 핵심 내용은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의 퇴진이다.

이 회장은 직접 이날 오전 11시 태평로 삼성 본관에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면서 회장 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삼성그룹은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고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은 일선에서 물러나며,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도 CCO(최고고객책임자)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삼성그룹 쇄신안은 지주회사 전환 등을 제외하면 사회 각계에서 제기된 그룹 개혁안의 대부분을 받아들일 정도로 파격적인 것이다.

◇ 이건희 회장 퇴진 = 이 회장은 특검 정국의 총체적인 책임을 지고 삼성전자의 대표이사 회장과 등기이사, 문화재단 이사장 등 삼성과 관련한 일체의 직에서 사임한다.

이 회장은 선대 이병철 회장이 별세한 후인 1987년 회장에 취임해 삼성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지만 이날 퇴진을 발표하면서 21년 만에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의 퇴진은 특검 수사 결과와는 상관이 없으며,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인 3월 초에 이미 퇴진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 이수빈 부회장이 이 회장을 대신해 대외적으로 그룹을 대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 그룹 전략기획실 해체 = 그동안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 온 그룹 전략기획실은 전격 해체된다.

그룹은 "각사의 독자적인 경영역량이 확보됐고 사회적으로도 그룹 경영체제에 대해 일부 이견이 있는 점을 감안해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체되는 전략기획실 대신 사장단 회의 등을 통해 각 계열사의 투자 계획 등을 조율하게 되며 사장단 회의를 실무적으로 지원하고 대외적으로 삼성그룹의 창구 역할을 맡는 업무지원실이 사장단협의회 산하에 설치된다.

이학수 부회장이 이끌어 온 전략기획실은 이병철 전 회장 시절 비서실로 출발해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본부(구조본)로 개편됐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대선자금 수사, 'X파일' 사건 등이 불거진 뒤인 2006년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전략기획실은 회장 보좌, 계열사 업무 조정, 그룹 자금 총괄관리 등 핵심 역할을 맡아 왔다.

특히 외환위기를 맞아 그룹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권력이 집중된 만큼 경영권 편법 계승 및 비자금 조성 등 그룹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의혹의 중심에 섰다.

이와 함께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은 잔무를 처리한 후 사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CCO 사임 = 이와 함께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 미술관 관장도 관장직과 문화재단 이사직을 사임한다.

또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도 CCO직에서 사임한다.이 전무의 거취는 5월 예정된 삼성전자 인사 발표 때 보직 등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게 된다고 그룹 측은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이 전무는 주로 여건이 열악한 해외 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체험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업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학수 부회장은 이와 관련, "이 전무는 아직 경영수업을 받고 있을 뿐이며, 이 회장은 이 전무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이 회장은 이 전무가 주주와 임직원,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경영을 승계할 경우 불행한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외이사들이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삼성과 직무상으로 연관이 있는 인사들은 사외이사로 선임하지 않겠다고 그룹 측은 덧붙였다.

◇ 차명계좌 실명전환 후 '유익한 일'에 쓰겠다 = 특검 수사 결과 조세 포탈한 것으로 드러난 차명계좌는 이 회장의 실명으로 전환한 후 사회 사업 등에 쓰이게 된다.

삼성그룹은 "차명계좌는 과거 경영권 보호를 위해 명의 신탁한 것으로 이번에 이 회장 실명으로 전환하게 되며, 이 회장은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후 남는 돈을 사회 사업에 쓰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룹은 "특검에 의해 조세포탈 문제가 제기된 차명계좌의 경우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돈을 사회 사업 등에 쓴다는 것이며, 삼성생명 주식 등은 조세포탈과 관련이 없기에 여기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룹은 돈의 용처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으며, 이 회장이 생각을 정리하는 대로 집행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금융 사업 쇄신… 은행업 진출하지 않는다 = 삼성그룹은 이날 은행 사업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삼성그룹이 금융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의혹이 많았지만 은행업에는 절대 진출할 계획이 없으며, 오직 금융사들의 경영을 더욱 튼튼하게 다져서 일류기업으로 키우는데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은 "삼성생명, 증권, 화재 등 금융사에 대해서는 경영 투명성을 더 높이고 정도경영, 윤리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삼성화재 황태선 사장, 삼성증권 배호원 사장은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고 그룹은 설명했다.

◇ 지주회사로 전환, 순환출자 해소는 "시간을 달라" = 삼성그룹은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을 4~5년 내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룹은 '그룹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지주회사로 전환하거나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한다'는 사회 일각의 조언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어려운 일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룹은 "현재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는 약 20조원 이상이 필요하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문제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추진하기는 어려운 사안인 만큼 앞으로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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