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스티브 잡스? 난 내 자신이 되고 싶다"

2011. 10. 2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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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스티브 잡스? 난 내 자신이 되고 싶다"-한국계 벤 허 치즈버거 네트워크 CEO

'I Can Has Cheezburger?(나는 치즈버거를 가질 수 있다?)'

중ㆍ고교 영어 과정을 마친 이들이라면 고개부터 갸웃할 것이다. 조동사 'Can' 다음에 동사원형 'Have'가 아닌 'Has'가 붙다니. 게다가 '치즈버거(Cheeseburger)'의 철자는 언제부터 저렇게 썼단 말인가?

이 엉터리 문장을 내걸고 출발한 온라인 유머 사이트가 미국 인터넷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유머 사이트라고 해서 핵폭탄급 웃음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지 모른다. 고양이들의 익살스러운 표정을 포착한 사진과 허를 찌르는 사진 설명이 전부다. 그럼에도 이 사이트는 애완동물 애호가가 아닌 누리꾼들까지 팬으로 만들었다. 자그마치 2000만명에 육박하는 '단골'손님들이 치즈버거의 볼거리에 열광하고, 운영자로 분해 적극적으로 사진과 영상을 올린다.

미국에서 '아이 캔 해즈 치즈버거? (icanhascheezburger.com)를 비롯, 50여개의 사이트를 운영 중인 한인 남성은 인터넷 업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그는인터넷 커뮤니티 광고 수입, 캐릭터 사업 등으로 연 400만달러(한화 약 46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벤 허(33) 치즈버거 네트워크 대표. 최근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지 PC월드는 그를 고(故)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을 차세대 리더 중 한 명으로 꼽기도 했다. 잡스의 사망으로 IT업계의 이목이 젊은 인재들에게 쏠리는 가운데, 미국 시애틀에 있는 그와 e-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1년6개월 만에 4억 빚진 사연은?=

벤은 11살에 낯선 미국 땅으로 왔다. 한국에서 건설업에 종사했던 아버지와 이것저것 소일거리를 하던 어머니는 벤을 데리고 시애틀에 터를 잡았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한국에 돌아가 본 적이 없다. 벤에게 고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은 좋은 기억들로만 가득하다.

미국 일리노이의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고, 언론인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졸업이 임박하자 벤은 뉴스를 쓰는 것보다 보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뉴스를 찍어내는 일이 아닌, 온라인 저널리즘 자체를 만들고 싶었다.

'닷컴 버블'로 IT업계가 고전하던 2000년, 대학을 갓 졸업한 그는 무작정 웹 분석 업체를 차렸다. 당시 자본금은 얼마 모으지도 못한 상태에서 의욕에 넘쳐 직원들만 많이 뽑았다. 그러나 실적은 저조했고 수익은 거의 없었다. 결국 회사는 1년6개월 만에 문을 닫았고, 그에겐 40만달러(한화 약 4억6000만원)의 빚만 남았다.

서울의 아파트 한 채 값을 날리고 얻은 깨달음은 컸다. 벤은 스스로 더 엄격해졌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무엇보다도 "이 사람이다 싶은 인재들을 내 사람으로 만들었다면, 무조건 그들을 믿고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루 5분만 사람들을 웃기자"는 꿈이 현실로

=벤은 지난 6년 동안 한푼 두푼 빚을 갚아 나갔다. 2007년, 와신상담하던 그에게 마침내 기회가 왔다. 종잣돈 1만달러와 여기저기서 끌어모은 투자금으로 치즈버거 사이트를 사들인 것이다. 앞서 큰 실패를 경험했던 그에게는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하루 5분만 사람들을 웃게 만들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다행히 벤의 직감은 들어맞았다. 치즈버거를 인수한 첫날부터 광고가 들어왔고, 입소문을 타고 팬들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하루 50만건이던 페이지 뷰(Page Views, PV)는 1년도 지나지 않아 200만건까지 늘었다.

2011년 현재, 치즈버거 네트워크의 월 방문자 수는 약 4억명,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열성적인 팬들만 2000만명에 달한다.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의 월 방문자 수가 4억9000만명, 국내 대표 커뮤니티 사이트인 싸이월드의 월 방문자 수가 1500만명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치즈버거 네트워크의 방대한 콘텐츠는 더욱 놀랍다. 월 5억건에 달하는 유머 사진과 1억1000만건의 동영상이 올라온다.

올해 초에는 미국의 벤처투자사로부터 3000만달러(한화 약 345억원)의 기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이는 올 1분기 워싱턴 주에서 성사된 벤처투자 가운데 단일 규모로는 가장 큰 액수다.

치즈버거 네트워크의 성공 비결은 뭘까? 벤은 "누리꾼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고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평소 벤과 직원들은 누리꾼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면서, 사이트 운영에 대한 아이디어를 수시로 시험했다. 여기에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한 입소문도 한몫을 했다.

아이 캔 해즈 치즈버거?(icanhascheezburger.com)에 올라온 사진들

▶"난 스티브 잡스가 되고 싶지 않다"=

얼마 전 애플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다. IT업계에 큰 충격을 던진 것은 물론, 세계인들의 가슴을 슬픔에 젖게 만들었다. 벤 역시 개인 홈페이지에 잡스의 유명한 스탠퍼드대 연설 동영상을 게재하며 그를 추모했다.

벤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에 대해 "모두가 오른쪽으로 갈 때 주저없이 왼쪽으로 향했던, 대단한 역(逆)발상자(contrarian)"라고 평가했다. 이어 벤은 "(잡스가)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고 경쟁자들과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벤은 일각에서 자신을 '제2의 잡스'로 치켜세우는 것에는 손사래를 쳤다. 벤은 "나를 (제2의 잡스로) 높이 평가해준 것에 감사하지만, 난 스티브 잡스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 난 그저 내 자신으로 평가받고 싶고, 끊임없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을 찾고 있을 뿐"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그는 "아마도 스티브 잡스를 대신할 사람은 잡스 같은 인물이 아닐 것"이라며 "성공한 이의 뒤만 좇는 게 아니라, 자신이 품은 질문에서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열정'이 사람을 따르게 한다

=왜 한국에서는 스티브 잡스 같은 창의적인 리더가 나오기 힘든 걸까. IT업계를 넘어 한국 사회 전체의 궁금증이자 고민이다. 벤은 리더에게 '확실함' '적절함' 등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를 원인으로 진단했다.

"리더는 두려움이 없어야 합니다. 대중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더라도 기꺼이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하죠.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확실성' '적합성'이 중요한 전제가 됩니다. 이는 개인이 재능을 꽃피우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죠. 글로벌 리더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과 다양성을 장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벤은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무엇을 할 것인지 목표를 정했다면 두려움 없이 열정을 쏟아부으라고 조언했다. 열정만이 암흑 같은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열정이 사람들이 나를 따르게 하는 위력을 발휘한다고 벤은 경험자로서 자신했다.

웹 사이트 사업 외에도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는 없는지 궁금했다. 벤은 고민한 흔적도 없이 "평생을 치즈버거 운영에 매진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열정이 답'이라는 믿음대로 오늘도 그는 흔들림 없이 그 길을 걷고 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m.com

< 실리콘 밸리의 악동 벤 허, 패션지 GQ와 한판? >

마크 저커버그,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그리고 벤 허….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것이다.

지난 8월, 남성 패션 전문지 GQ는 실리콘밸리에서 최악의 패션 센스를 뽐내는(?) 15인의 리더를 선정해 발표했다. 1위의 불명예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안았다. 그는 종종 스키니 진에 타이를 매치시키는 난해한 패션으로 누리꾼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이어 검정 터틀넥과 청바지를 고수했던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립자와 수수한 스웨터를 즐겨입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벤 허 치즈버거 네트워크 CEO는 10위로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벤이 즐겨입는 익살스러운 고양이 그림의 티셔츠는 카메라에도 여러 번 잡혀 그의 상징처럼 연상될 정도다. GQ는 벤의 패션에 대해 "귀엽지만 이불에서 방금 빠져나와 빨래 바구니에 있는 티셔츠를 꺼내 입은 것 같다"고 혹평했다.

벤 허 치즈버거 네트워크 CEO가 패션지 GQ에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제안하는 동영상 캡쳐사진(출처=페일블로그 www.failblog.org)

이에 벤은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 중 하나인 페일블로그(FailBlog)를 통해 GQ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신이 고른 의상과 GQ 측이 코디해준 의상 사진을 뒤섞어놓고 어떤 패션이 가장 어울리는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자는 것이다.

이 '세기의 대결'에서 승자는 누구였을까. 아쉽게도 벤의 패션 센스에 대한 평가는 한동안 미뤄지게 됐다. GQ 측에서 처음에는 벤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으나, 이후 아무런 연락도 없이 발을 빼 대결이 흐지부지된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워스트 드레서', 명예로운 타이틀은 아니지만 벤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벤이 어떤 옷을 입는지 미국 언론들이 주목하게 될 만큼, 그가 업계의 거물로 성장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혜미 기자/ham@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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