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간이 불태운 자연, 아마존과 함께 울었죠"

2010. 1. 2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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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사상 최고 다큐 시청률 22.5% MBC '아마존의 눈물' 공동연출 김현철 PD 인터뷰

문화방송(MBC) 창사특집 5부작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이 화제다. 지난해 12월 18일 방송된 프롤로그편 '슬픈 열대 속으로'가 17.9%(TNS미디어 코리아)의 시청률을 보였다. 이어 1월 8일 방송된 '마지막 원시의 땅' 시청률은 22.5%를 기록, 방송 관련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다큐물로 시청률 22.5%는 방송 사상 최고 기록이다. 프로그램 게시판에도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김현철 PD(공동연출 김진만 PD)를 만났다. 김 PD는 더빙 작업 등 막바지 편집 때문에 약속조차 잡기 어려울 정도로 바빴다. 편집 도중에 잠깐 나왔다는 그의 뒷목은 심하게 부어 있었다. 지난해 7월 벌레에 물린 상처가 아직도 낫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에 속 시원한 치료법이 없어서 고생이다. 덕분에 술도 안 마신다"고 웃어 보였다. 그의 삶은 여전히 아마존을 떠나지 못했다.

20%가 훌쩍 넘는 시청률이 나왔다. 예상했는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다큐물은 10%만 넘어도 잘 나왔다고 말한다. <북극의 눈물> (13%)보다 낮게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좋게 봐줘서 감사하다."

높은 시청률은 물론 시청자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프롤로그편을 보고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대개 메이킹 필름(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은 본편이 끝나고 공개한다. 우리는 시작부터 보여 주자고 생각했다. 원시라는 공간에 들어가서 느낀 당혹감을 담았다. 그런 모습을 시청자들이 좋게 본 것 같다. '집 나가면 개고생'을 직접 보여준 것이다. 벌레에 물려서 고생한 모습, 원시 음식을 먹는 모습 때문에 본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시청률이 높은 데에는 내레이션을 맡은 김남길씨의 노력도 컸다. 이토록 멋지게 소화할 줄 몰랐다. 목소리로 다큐멘터리에 관심없던 이들을 붙잡았다."

방송에서 보트가 전복하는 등 사고도 많았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우선은 무서웠다. 언제 무엇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촬영도 힘들었다. 한번은 재규어를 찍기 위해 잠복했다. 재규어는 매우 예민해 수상쩍은 냄새를 맡으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샤워는커녕 비누도 쓸 수 없었다. 제작진 4명이 2인 1조로 15일을 기다렸다. 나무와 풀로 만든 위장 틀 안에 잠복했다. 좁은 공간에서 볼일은 물통으로 해결했다. 밤낮으로 벌레에 물렸다. 결국 재규어는 보지도 못했다."

연출자로서 시청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면은 무엇인가.

"헬기에서 찍은 아마존의 전경이다. 캐나다 기술자를 부르고 미국에서 공수한 장비로 어렵게 찍었다. 아마존 밀림을 유려하게 보여 주고 싶었다. 끝없이 밀림이 펼치지다가 어느 순간 칼로 자른 듯이 시커먼 땅이 등장한다. 방화로 숲이 다 탄 것이다. 이 한 컷이 아마존의 상황을 한번에 보여 준다. 인디오와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는 생태계가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칼로 잘린 듯 끊기는 느낌을 담았다."

자연 다큐멘터리는 조작 논란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생태계를 자세히 담지 못하면 조작하는 경우가 생긴다. 우리도 그랬다. 더 자세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하지만 환경이 좋지 않았다. 피라니아(육식성 물고기)의 날카로운 이빨을 보여 주고 싶었지만 물이 탁해 화면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욕조에 담아서 찍었다. 물론 이 사실은 자막으로 내보냈다."

원시 부족이라고 소개한 조에족이 외부문명의 칼과 거울을 사용하는 모습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다.

"조에족에게 유입된 두 가지 문물이 바로 칼과 거울이다. 과거에 '푸나이'(아마존 보호단체)를 통해 얻은 것 같다."

네티즌 사이에서 알몸을 모자이크 처리한 것에 대해 말이 많다.

"지상파 방송이기에 당연히 해야 한다. 나 역시도 처음 그들을 만났을 때 저절로 눈이 갔다. 시청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노출은 수치가 아니다. 수치는 우리의 기준일 뿐이다. 리얼리티를 보여 주는 다큐멘터리라면 있는 그대로를 보여 줘야 한다. 언젠가 한 번쯤은 그대로 보여 주고 싶다."

아마존의 눈물을 통해 무엇을 보여 주고 싶었나.

"'불타는 원시의 땅, 아마존의 2009년을 기록했습니다'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해석과 의미 부여는 우리의 몫이 아니다. '지구를 사랑하자' '무엇을 아끼자' 등은 나도 제대로 실천을 못한다. 개인적으로 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지 생각했으면 좋겠다."

문명의 전파로 인해 파괴되는 그들의 삶을 조명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제작 자체가 그들에게는 문명과의 접촉이 아닌가.

"그 부분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 우리의 방문이 그들에게 누군가 다녀갔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삶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를 기록하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시청자와 함께 느끼고 생각할 수 없다. 보호단체가 정한 규칙을 엄격하게 지키고, 문명 전파 최소화에 노력했다."

'지구의 눈물' 시리즈는 북극에서 아마존으로 이어졌다. 다음은 남극이라고 들었다. 한 곳을 더 선정한다면.

"아프리카다. 사막, 동물, 병, 가뭄 등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다. 게다가 올해 남아공 월드컵 기간이어서 시기도 맞을 것 같다."

다큐물은 진지하기도 하지만 지루한 것으로 많이 여긴다.

"그런 인식은 당연하다. 자극이 약하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참기가 힘들다. 지루하고 평이하다. 하지만 같은 주제를 두고 다루었을 때 다큐멘터리의 힘이 강한 경우가 많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대작 다큐멘터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다큐 제작 환경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몇몇 대작만 주목 대상이지 나머지는 묻혔다. 다큐멘터리 제작비도 예년에 비해 상당히 많이 든다.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아무도 가지 않은 곳으로 가서 공들여 찍어야 한다. 그것도 1년에 한두 편 힘줘서 찍는 것이 전부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유는 무엇인가.

"케이블 방송에 종합편성채널까지 더 생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불을 보듯 뻔하다. 오로지 시청률 경쟁이다. 벌써부터 시청률이 안나오면 악(惡)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주목을 받지 못하더라도 정말 중요한 기록, 화두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다큐멘터리 제작의 미래는 회색빛이라고 생각한다."

제작 자체의 변화도 필요하지 않은가.

"다큐멘터리도 수익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책, DVD, 영화, 해외 판매로 이어져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그렇다면 투자도 늘 것이다. 이를 위해 제작진도 좋은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저비용으로 시청자가 좋아하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만드는 이들의 노력과 환경을 조성하는 이들의 노력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래야 좋은 다큐멘터리가 제작될 수 있다."

<글·임석빈 인턴기자 zomby011@hanmail.net, 사진·조혜미 인턴기자 hyeom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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