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 41번째 완주..막 내린 20년 마라톤 인생

2009. 10. 2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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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20년간 희망을 안고 달렸던 '봉달이' 이봉주(39.삼성전자)의 마라톤 인생이 21일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제90회 전국체전에 충남대표로 출전한 이봉주는 이날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을 출발해 대전 시내를 돌아 다시 운동장으로 들어오는 42.195㎞ 풀코스를 2시간15분25초 만에 주파하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피날레 무대에서 이보다 극적이고 값진 우승은 없을 듯하다.1990년 청주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 처음으로 완주에 도전해 2시간19분15초를 찍고 2위로 골인, 한국 마라톤의 르네상스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발돋움한 이봉주는 20년간 숱한 대회에서 역주를 펼쳐 많은 팬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봉주는 이날까지 41번째나 풀코스를 뛰었다. 세계 마라톤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대기록이다.

마라톤 인생의 처음과 끝을 전국체전에서 장식한 이봉주는 1등보다는 2등으로 레이스를 마친 경우가 많았지만 '은근'과 '끈기'로 대변되는 배달민족의 정서와 많이 맞닿아 더욱 사랑을 받았다.

친구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우승한 뒤 미련없이 선수 인생을 접었지만 이봉주는 소처럼 묵묵히 큰 발을 내디뎠고 기록과 싸움을 시작했다.

자신을 위협할 라이벌도, 무섭게 치고 올라올 후배도 없는 상황에서 이봉주는 고독하게 달렸다.

1993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호놀룰루국제마라톤에서 2시간13분16초를 찍고 1위를 차지한 이봉주는 1996년 폭염 속에서 치러진 애틀랜타 올림픽 마라톤에서 2시간12분39초로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마라톤의 기상을 세계에 알렸다.

1998년 네덜란드 로테르담마라톤에서 2시간7분44초라는 한국신기록으로 2위에 올랐고 통산 20번째 완주였던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는 2시간12분32초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0년 도쿄 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7분20초는 9년째 한국기록으로 남아 있다.2001년 보스턴마라톤에서 1위(2시간9분43초),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1위(2시간14분4초)를 차지하며 꾸준히 세계 정상급 기량을 뽐냈던 이봉주는 그러나 2004년 기대를 모았던 아테네올림픽에서 14위에 그치며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레이스 막판 역전 불굴의 정신력과 강인한 체력을 앞세워 전세를 뒤집는 게 이봉주의 전략이었지만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지면서 더는 세계무대에서 통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아프리카 철각들이 시작부터 끝까지 꾸준한 속도전을 펼쳐 마의 2시간5분대, 4분대 벽을 잇달아 깨면서 이봉주와 격차를 벌렸다. 30대 중반에 스피드를 보완하는 건 어려운 숙제였다.

하지만 이봉주에게 포기란 없었다.2007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막판 기적과 같은 역전 레이스를 펼쳐 2시간8분4초를 찍고 정상을 밟아 보스턴 마라톤 이후 6년 만에 국제대회 우승컵을 안았다.

이봉주는 당시 진심을 담아 후배들에게 "더 열심히 훈련하고 정신력을 더 강하게 키우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세월도 빗겨갈 것 같던 이봉주의 마라톤 인생은 작년 베이징올림픽에서 28위(2시간17분56초)에 머물면서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봉주는 올림픽 후 국가대표 은퇴와 2009년 은퇴를 동시에 선언했고 지난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16분46초를 찍고 14위에 골인하며 공식 무대에서 작별을 고했다.

양쪽 발의 크기가 다른 짝발이었던 탓에 남모를 통증을 앓았지만 이를 극복하고 한국 마라톤을 10년 이상 홀로 이끌어온 이봉주.

순박한 미소와 함께 한 우물만 오롯이 팠던 이봉주의 우직한 모습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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