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닭고기 판매 열 올리면서.."닭요리 싫어"
'닭고기는 팔지만, 먹지는 않아요.'
닭고기가 AI(조류인플루엔자)로부터 안전하다며 판매에 열을 올리는 유통업체들이 정작 자신들은 닭 요리를 외면해 원성을 사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서울 충무로 본점 구내식당에서는 지난 4월 초 AI 첫 발생 이후 닭고기 관련 메뉴가 자취를 감췄다. 이 구내식당은 백화점 직원 2000여명에게 매일 중식을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의 5월 주요 중식 메뉴는 부추보리비빔밥, 도토리묵무침, 소고기버섯찌개 등 '웰빙 식단'으로 짜여졌다.
현대백화점 직원 구내식당 역시 5월 중식 식단을 보면 닭 관련 메뉴를 찾아 볼 수 없다. 대신 전주비빔밥, 콩나물밥 등 몸에 좋은 다이어트 식단이 주류를 이룬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직원들이 AI 발생 이후 닭 요리를 꺼려 식단에서 아예 빼버렸다"며 "AI가 잠잠해지면 다시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이달 초까지 일주일에 1∼2회 나오던 닭 관련 메뉴를 지난 13일부터 제공하지 않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닭고기를 이처럼 '혐오 메뉴'로 생각하지만 소비자를 상대로 한 판매에는 열을 올리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다음달 4일까지 전국 113개 점포에서 닭고기를 40% 할인 판매한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 26일 한국계육협회, 하림·마니커·동우 등 닭고기 회사들과 함께 서울 은평점에서 '닭고기 무료 시식회'를 열었다. 행사에 참석한 이마트 이경상 대표는 시민들에게 직접 닭 튀김을 나눠주기도 했다. 롯데마트도 29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닭고기와 계란을 20% 싸게 판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유통업체 스스로 외면하는 닭고기를 소비자들에게 할인을 미끼로 판매하는 것은 겉과 속이 다른 영업 행태"라고 비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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