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살처분한 어린이대공원 전날 50만명 관람
앵무새와 사진찍기 돌이켜보니 `찜찜한 행사'
수의사 "칠면조 전염병 경고했다"..광진구청 거짓말ㆍ늑장대응 논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송진원 이연정 기자 =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서울 광진구청과 가까운 어린이대공원에서 조류가 살처분되기 직전에 50만명이 다녀갔고 조류와 함께 사진을 찍는 공식행사도 열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어린이대공원은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들과 부모 등 50여만명이 대공원을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6일 밝혔다.
어린이대공원은 5일 오후 4시 30분께 서울시로부터 `광진구청에서 검사를 의뢰한 조류가 AI 가능성이 있으니 준비하라'는 통보를 받고 대기하다가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서울시의 지시에 따라 거위ㆍ청둥오리ㆍ칠면조ㆍ호로새ㆍ당닭ㆍ백한ㆍ꿩ㆍ금계ㆍ황금계ㆍ은계 등 조류 63마리를 살처분했다.
사람과 접촉이 잦지 않은 조류는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하고 모두 새장에서 빼 6일부터 관람객이 볼 수 없도록 조치했다.
어린이대공원은 전날 관람객 150여명이 비단구렁이, 새끼사자, 호랑이 뿐만 아니라 조류인 앵무새와 함께 어린이날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하는 공식 행사를 개최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공원 방역과 관계자는 "앵무새는 설치한 조형물에 앉힌 뒤에 사진을 찍도록 해서 직접 접촉이 이뤄지지는 않았다"며 "앵무새는 아직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됐다는 보고가 한 건도 없는 만큼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공원이 AI가 직접 발병한 곳이 아니지만 당일 위험지역에서 조류를 관람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입장객들은 찜찜한 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불쾌감과 더불어 광진구청 측에서 새들의 잇따른 죽음에 더 빨리 대처했더라면 관람객들의 입장을 막을 수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광진구청은 5월 1일 칠면조 1마리가 폐사하자 관내 가축병원에 검진한 결과 `자연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얻었으며 당일 매몰처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동물병원 측은 "자연사 진단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며 "칠면조가 급사했으니 혹시 주변에 독극물이나 전염병, 장 폐색을 일으킬 만한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5월 1일 낮 12시께 구청 직원이 칠면조가 못 일어난다며 데리고 왔는데 그 전날에도 많이 먹었다고 하더라"며 "혈액검사만 했는데 간 수치가 높게 나왔고 체온이 높아 떨어뜨리려고 영양주사를 맞췄는데 오후 1시 반께 경련을 일으키면서 사망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광진구청 측은 이에 대해 "의사들은 늘 명확하게 얘기를 하지 않지 않느냐"며 "칠면조가 오래 키워서 늙은 새였고 의사가 자연사에 중점을 두고 얘기를 해서 그렇게 추정되는 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구청은 4월 28일 꿩 2마리가 폐사하고 5월 1일 칠면조 1마리가 급사한 뒤인 5월 2일에도 금계 1마리가 죽었지만 감정을 의뢰하지 않았고 5월 3일 닭 1마리가 추가로 죽자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AI 병성 감정을 의뢰했다.
구청은 3일 감정을 의뢰하면서도 지척에서 조류를 대량으로 사육하는 대공원 등에는 이 같은 위험사실을 알리지 않아 결과적으로 50여만명을 잠재적 위험에 노출시킨 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건국대 호수에서 살고 있는 청둥오리와 거위 등 조류 10여마리도 AI 전염원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살처분되지 않고 있다.
우리에서 사육되지 않고 6만6천여㎡의 호수에서 야생하고 있기 때문에 잡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어서 이날 중 집행을 목표로 건국대와 구청이 포획 작전을 짜고 있다.
건국대 관계자들은 "야생하는 오리를 잡는다면 비둘기와 참새 등 다른 야생 조류도 다 잡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 20년 넘게 학생들과 주민이 사랑으로 먹여 키우는 오리와 거위를 죽인다는 데 분명히 뒷말이 있을 것이다"라며 살처분 방침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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