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린 '웹툰 블로그의 기적'

2009. 4. 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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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도자기' 작가 호연씨 도움요청

수술비 1천만원 하룻만에 모여

누리꾼의 마음은 훈훈했고, 동작은 빠르고 세심했다.

포털에서 웹툰을 그려오던 한 대학생 작가가 심장병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자, 24시간 만에 수술비 1천만원이 모이는 일이 한 블로그에서 일어났다.

2007년 네이버에서 '도자기'라는 작품을 9개월간, 2008년부터 야후에서 '꿈의 주인'을 연재하던 웹툰 작가 호연씨는 지난 1월6일 건강이 악화돼 작품활동을 중단한다는 그림을 올리고 연재를 중단했다. 호연씨는 이후 자신의 블로그(deulmol.egloos.com)를 통해 간간이 글과 그림을 올려오던 중, 지난달 28일 '죄송합니다.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올려 심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건강상태와 수술비가 없는 형편을 알렸다. 수술비 1천만원이 긴급하게 필요해 자신의 웹툰을 한 장에 1만원씩에 팔테니 구입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미술사학도인 호연씨는 따뜻하고 희망적인 내용을 담은 수묵화 풍의 그림으로 인기가 높은 작가다. 글은 메타블로그인 이오공감 첫 화면에 올라가고 인터넷 이곳저곳으로 빠르게 퍼날라졌다. 호연씨의 글에는 10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따라붙었다. 애초 호연씨가 올렸던 글은 하룻만에 '여러분, 너무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제목과 내용으로 바뀌었다. 낯모르는 누리꾼들의 도움이 밀려든 것이다. 호연씨는 새 글에서 "고마운 분들의 도움으로 오늘 수술 날짜를 잡고 큰 걱정을 놓게 됐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누리꾼 상당수는 그림은 필요없다며 돈을 보냈고, 세 사람은 '깜짝 놀랄만한 액수'를 부쳐왔다고 호연씨는 밝혔다. 마음이 불편하니 그림을 보낼 주소를 댓글로 알려달라는 부탁과 큰돈은 되갚으려 하니 계좌번호를 보내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글루스 블로거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훈훈한 사연에는 누리꾼 특유의 세심함도 눈길을 끌었다. 댓글은 날짜를 거듭하며 수백개가 계속 덧붙었지만, 갈수록 많은 댓글들이 호연씨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전환되거나 삭제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이들은 도울 기회를 놓쳤다며, 호연씨가 연재만화를 묶어서 단행본으로 출판한 책 <도자기>를 여러 권 구입하는 걸로 마음을 대신했다는 글이 잇따랐다. 인터넷서점에서 <도자기>는 만화부문 주간베스트로 순위가 급상승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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