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명분 팽개치고..내편 네편 사라지고..'비열한 선거'

2008. 4. 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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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나라, 복당 불허했던 박종웅 부산 선대위장 앉혀박근혜 지원유세 안나서자 동생을 충청권 긴급투입민주당 선대위원장은 공천탈락 무소속 출마자 지원

"표 얻기 급급 정당정치 후퇴" 비판 일어

4·9 총선전이 종반에 이른 가운데 원칙과 명분을 부정하는 후진적 정치행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4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변인 격인 박종웅 전 의원을 입당시켜 부산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했다. 지난 2월 그의 탈당 전력을 문제삼아 복당 요청을 거부하고 공천 신청을 원천봉쇄했던 것에서 180도 달라진 태도다.

이는 측근 인사들의 공천 탈락 때문에 "한나라당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며 분개하고 나선 김영삼 전 대통령을 달래고, 부산 민심을 다잡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표몰이에만 급급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은 "당장 선거가 급하다고 스스로 마련한 '탈당 인사 복당 불허' 원칙마저 뒤집는 것은 명백한 자기부정"이라며 "누가 이런 당을 믿고 지지하겠냐"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이 이날 박근혜 전 대표의 동생인 박근령 육영재단 이사장을 충북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한 것도 논란을 빚는다. 이 조처는 박 전 대표가 지원 유세를 거부하자, 대신에 그의 동생을 고 육영수씨의 고향인 충청권에 투입하는 '짝퉁 마케팅'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원칙 없는 공천을 비판했더니 거꾸로 동생을 끌어들여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활용하려 한다"며 "당 지도부가 실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계 무소속 후보들이 박 전 대표의 대중적 인기에 편승하는 태도도 비판받고 있다. 이날 오후 이해봉(대구 달서을), 이인기(경북 고령·성주·칠곡), 권영창(영주), 박팔용(김천), 성윤환(상주), 김태환(구미을) 후보는 공동기자회견을 연 뒤 박 전 대표의 지역구인 달성군을 찾았다. 이들은 자신의 지역구를 돌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박 전 대표와 사진을 함께 찍으려 나선 것이다.

통합민주당에서도 당 원로들이, 공천 기준에 미달돼 탈락한 뒤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인사를 지원하는 등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김원기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인천 만수종합시장에서 열린 무소속 이호웅 후보(인천 남동을)를 찾았다. 지원 유세도 하고 이 후보와 2시간 동안 지역구를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에는 정대철 상임고문과 함께, 공천 탈락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상수 후보(서울 중랑갑)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당시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이 이상한 공천을 했다"며 "당선 뒤 이 후보를 복당시키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의장을 지냈고, 정 상임고문은 민주당 대표를 지낸 야당 원로들이다. 이런 인사들이 '금고 이상 전력자 배제' 기준에 걸려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를 돕는 비상식적 행태를 보인 것이다. 중랑갑 민주당 공천자인 임성락 후보 쪽은 "명백한 해당행위"라며 "공당을 개인의 이익에 따라 좌지우지하려는 구태정치를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김영태 목포대 교수(정치학)는 이런 현상을 "정당의 구성원이 다른 당 후보나 무소속 후보, 특히 자기 당에서 자격 미달로 공천을 주지 않은 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정당정치의 실종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규정하며 "정당정치가 명백히 후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승근 강희철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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