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입김에' '지도부 전권에' 비례대표 공천 퇴보

입력 2008. 3. 20. 13:56 수정 2008. 3. 2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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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상향식 공천 실종…논공행상 · 낙점 두드러져

'직능대표성 · 새 전문가 등용' 도입취지 퇴색

4·9 총선 지역구 공천심사를 거의 마무리한 각 정당들이 비례대표 공천심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직능 대표성'이 무시되고 낙점, 논공행상식 심사 기류가 팽배해지면서 공천 과정이 17대 총선 때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많다.

■ 아래로부터의 공천 실종=

여야를 막론하고 상향식 공천 대신 논공행상, 낙점 공천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한나라당 안팎에선 "이번 공천은 이미 명단이 다 정리돼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비례대표 선정에) 청와대 입김이 가장 센 것 아니냐"고 말했다. 비례대표 최상위 순번 후보자로 거론되는 배은희 전 공동선거대책 위원장, 이경숙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이정선 전 대통령직 인수위 부대변인 등은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들이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이 대통령 쪽 인사인 강혜련 공천심사위원의 친언니가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고, 진수희 의원의 언니는 공천을 신청했다가 뒤늦게 취소하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정말 부끄럽다. 비례대표 선정이 논공행상이나 자리 챙겨주기로 전락해 당이 사당화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통합민주당 역시 지도부가 전권을 틀어쥔 모양새다. 민주당은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과 손학규·박상천 공동대표가 합의해 30%까지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정할 수 있다. 한 당직자는 "비례후보자 심사위가 결정해도 3명이 합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셈"이라며 "사실상 3명이 공천 낙점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심사절차 퇴보=

4년 전 열린우리당은 당내외 인사 30여명으로 '비례대표 선정위원회'를 따로 꾸렸다. 선정위 산하엔 경제·노동·문화 등 네 분과위를 둬 각 직능을 대표할 인사를 찾고 심사했다. 이어 당내외 인사가 5 대 5로 참여한 총 194명의 비례대표순위 확정위원회에서 투표를 통해 비례대표 후보자 순번을 정했다. 이 과정은 당시 상당한 절차상의 민주주의 진전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그러나 통합민주당은 19일 비례후보자 심사위를 구성하고 23일 전까지 공천심사를 마칠 계획이어서 졸속이란 비판이 나온다.

한나라당도 4년 전에는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박세일 서울대 교수)를 따로 뒀다. 그러나 이번엔 '계파 공천' 시비를 빚은 기존 공천심사위원회(안강민 위원장)가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심사도 맡기로 했다. 4년 전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당선 가능성이 우선시되는 지역구 후보자 선정과 달리 비례대표 선정은 직능 전문성과 정책 능력이 중시되기 때문에 각 분야 전문가들이 비례대표 후보자를 따로 심사하는 게 옳다"며 "이는 제도상의 후퇴"라고 지적했다.

■ 비례대표 본질 퇴색=

각당이 △직능 대표성 △새 전문 인재 등용 △정책 쪽의 당 정체성 강화라는 비례대표 도입의 취지가 퇴색하고 인기위주의 명망가 찾기로 치우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비례대표 선정은 인기 중심이 돼선 안 된다"며 "김장수 전 국방장관의 경우 한나라당의 정체성엔 부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원은 다시 비례대표를 할 수 없다는 조항을 빼는 등 신인 전문가 기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성연철 이지은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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