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부터 매시간 찾아와 "나가라"

입력 2008. 3. 27. 20:06 수정 2008. 3. 28.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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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북쪽이 개성에 위치한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 남쪽 당국자들의 철수를 요구한 시점은 24일 오전이었으나,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한 것은 26일 오후부터였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통일부의 업무보고가 끝난 시점이다. 남북관계 경색을 불러올 수 있는 악재들이 터져나오자, 남북 경협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은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인호 북쪽 경협사무소 소장은 24일 오전 10시 남쪽의 김웅희 소장에게 3일 안에 당국 쪽 인원 11명을 개성에서 철수시켜달라고 구두로 요구했다. 북쪽은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지난 19일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가진 간담회에서 '북핵 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확대가 어렵다'고 발언한 내용을 문제삼았다.

남쪽은 북쪽의 요청에 대해 '어디서 누가 나가라고 하느냐'를 밝힌 공문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북쪽은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상황이 급박하지는 않았다. 북쪽의 요구가 구두 메시지로 전달된 탓에 경협사무소 직원들이나 남쪽 정부가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북쪽의 철수 통보 시한 하루 전날인 26일 오후부터 갑자기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남쪽에서 통일부의 업무 보고와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언론에 알려진 시점이었다. 북쪽 직원들은 오후 1시께 갑자기 경협사무소 밖에 차량을 대기시켜 놓고 철수를 압박했다. 이 때부터 북쪽 직원들은 매시간마다 사무실을 찾아와 철수를 요청했고, 남쪽 경협사무소 직원들은 본부의 지시대로 사무소에 계속 머물며 '의연하게' 대처하는 쪽으로 대응했다. 물리적 충돌이나 욕설 등은 없었지만 자정이 넘어서면서부터는 분위기가 '험악하게'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경협사무소 직원들은 27일 새벽 0시55분, 민간파견 직원 3명과 시설관리 직원 2명 등 5명을 잔류시키고 사무소를 빠져나와 남쪽으로 내려왔다.

이용인 임주환 최종훈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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