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나', 초반에 정우성은 왜 주춤했을까

입력 2010. 12. 15. 09:19 수정 2010. 12. 1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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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나', 수애와 정우성의 액션 멜로 역학관계

[OSEN=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아테나'는 정우성이 아니라 수애와 차승원에서부터 시작됐다. 하와이에서 윤혜인(수애)이 정보 요원의 뒤를 쫓다가 어느 건물 엘리베이터 앞에서 플라잉 니킥을 선보이는 액션은 그녀의 캐릭터를 확고하게 인지시켰다. 또 화장실 변기와 유리 등이 마구 부서져버리는 추성훈과 차승원이 화장실에서 벌이는 사투 장면을 통해 손혁(차승원)이라는 캐릭터는 확실히 부각됐다. 하지만 정우성은 달랐다. 그가 연기하는 이정우는 상대적으로 유약해 보일 정도였다. 왜 그랬을까.

상대적으로 이정우(정우성)가 1회에 약하게 그려진 것은 어느 정도는 계산된 것들이다. 어딘지 빈 구석을 만들어놓아야 혜인과의 멜로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아테나'가 가진 재미의 핵심이 이정우와 혜인이 벌이는 팽팽한 액션과 멜로의 뒤섞임이라고 볼 때, 이정우라는 캐릭터에 대한 힘 조절(?)은 필수적이다. 천진난만하게까지 보이는 이정우의 초반 캐릭터는 '아이리스'에서 김현준(이병헌)이 그랬던 것처럼 혜인과의 어떤 계기를 통해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테나'는 그저 액션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장면의 흐름 속에 심리적인 고려를 한 흔적이 역력하다. 폭풍처럼 흘러가는 액션의 연속은 시청자들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때론 불친절하게까지 느껴지지만, 장면들을 효과적으로 배치해 자연스럽게 상황을 이해하게 만들려는 연출의 의도가 엿보인다. 망명한 북한의 핵물리학자를 구출하려는 권용관(유동근) 국장이 요원들을 끌어 모아 작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손혁과 혜인이 요원들을 하나하나 죽이는 장면에는 어떤 설명도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교차 편집된 장면 연출을 통해 우리는 이들이 서로 다른 집단에 소속되어 있고 대결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만큼 연출에 있어서도 단지 그림을 찾기보다 심리적인 고려를 한다는 얘기다.

폭풍 액션이 한바탕 지나간 뒤에 이정우가 용의자(박철민)를 취조하는 우스꽝스런 장면을 배치한 것도 이런 심리적인 고려 때문이다. 한바탕 웃음으로 숨을 돌린 후에 드라마는 멜로 설정으로 들어간다. 놀이공원에서 우연히 이정우가 혜인을 만난 후, 다시 국정원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넣으면서, 동시에 손혁과 혜인과의 관계도 노출시킨다. 이들의 멜로적인 관계 속에 대결구도 역시 고려하는 것이다. 여기에 속을 알 수 없는 혜인이라는 미스테리한 인물을 세워둠으로써 정우와 손혁 양쪽에 걸쳐진 멜로는 이중스파이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아이리스'가 흔들리는 카메라를 통해 '본 아이덴티티'의 영상을 끌어냈다면, 2회의 첫 도입부 20분 간을 장식한 이탈리아에서의 액션신은 007 시리즈를 오마주한 듯한 영상을 선보인다. 클래식과 록이 배경음악으로 교차되면서 우아함과 강렬함이 뒤섞이고, 긴박한 순간에도 여유를 잃지 않고 유머까지 구사하며 총을 쏠 때는 사정을 두지 않는 냉혹함을 보여주는 이정우는 숀 코네리 시절의 007을 떠올리게 한다. 전체적으로 액션이 안정감을 주는 이유는 카메라의 과도한 흔들림을 피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감성이 덧붙여진 액션 덕분이기도 하다. 물론 이 비현실적으로까지 보이는 이탈리아 액션 장면들이 이정우의 꿈이라는 설정 역시 의도적이다. 확실한 이정우의 액션 질감을 보여준 후, 다시 본래 목적이었던 혜인과의 멜로구도로 회귀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테나'는 전반적으로 물 흘러가듯이 자연스럽게 굴러가지만 전반의 폭풍 액션과 후반부의 멜로 구도를 병치하면서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액션과 멜로의 교집합. 이것은 '아테나'라는 작품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액션이 앞에서 강렬하게 끌고 나간다면 멜로는 그 강렬함에 어떤 브레이크를 걸면서 부드러움을 집어넣는다. 정우성이 한 발 뒤로 물러난 상태에서 수애와 차승원이 확고히 자리를 잡고, 그 후에 정우성이 어떤 계기를 통해 다시 전면에 나서는 과정은, 바로 이 멜로와 액션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결시킬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멜로와 액션의 병치는 다분히 우리네 드라마 시청 환경을 고려한 것이다. 너무 지나친 마니아적 액션들은 고른 시청층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아테나'의 성패는 바로 이 액션과 멜로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이루어 나갈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보여진다. 그 열쇠는 그래서 이 둘 사이에서 변화할 정우성에게 다시 돌아간다./정덕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mansuri@osen.co.kr 블로그 http://thek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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