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꿈'과 오스카 외국어영화상..뜬금없어라

신동립 2010. 10. 1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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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문원의 문화비평

제83회 아카데미상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출품작 접수가 마감됐다. 총 65개국에서 1편씩 65편이 접수됐으며, 이 중에서 한 차례 '걸러내는' 과정을 거쳐 2011년 1월25일 5편의 최종 후보작이 선정될 예정이다. 수없이 보도돼 더 얘기할 것도 없겠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수상은커녕 그 5편의 최종 후보작에도 들어본 적이 없다.

이번 출품작들을 보면 이른바 '스타 플레이어'들이 몇몇 눈에 띈다. 프랑스에서 출품한 하비에르 보부와 감독의 '신과 인간', 태국에서 출품한 아피차퐁 위라세타쿨의 '전생을 기억하는 분미 삼촌', 멕시코에서 출품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즈 이냐리투 감독의 '비우티풀' 등이다. 5편의 최종 후보작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영화들이다.

한국에서 늘 의식하는 일본 출품작은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고백'으로 결정됐다. 베스트셀러 추리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며, 이미 일본 내에서 40억엔 이상의 흥행수익을 올린 대히트작이기도 하다. 나카시마 감독은 국내에 '불량공주 모모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본은 2년 전 '굿'바이'로 5편의 최종 후보작 돌파는 물론 수상의 영광까지 누린 바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출품작은? 김태균 감독의 '맨발의 꿈'이다. 어쩌면 '맨발의 꿈'이 최종 선택됐다는 소식 자체가 낯설 수도 있다. 보통 이런 결과가 나오면 100여건 이상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게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달랐기 때문이다. 한 포털사이트 기사제휴 기준으로 보면 관련보도가 불과 10건에 불과했다. 매체로 따지자면 뉴시스, 뉴스엔, 스타뉴스, 국민일보, 노컷뉴스, 맥스무비 등 6곳에서만 기사가 나왔다. 어제 방송된 드라마 내용까지 적어내는 연예미디어들마저 보도를 꺼렸다는 얘기다.

이유가 뭘까? 여러 가지다. 일단 김칫국부터 마셨다가 낭패를 본 사례가 너무 많다. 나중에는 김칫국도 안 마시고 그저 스트레이트로만 보도했지만 별달리 인기가 없었다. 대중이 실패 사례들에 이미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뜨거운 대중 반응을 보였던 봉준호 감독의 '마더'마저 탈락의 고배를 마시자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출품은 할리우드의 높은 문턱만 매번 재인지시켜주는 '절망의 절차'처럼 여겨지게 됐다. 그러다보니 자연 외국어영화상 자체에 관심이 떨어져버리고, 이제 그 출품작 선정은 더 이상 화젯거리가 아니게 됐다.

다음으로 '맨발의 꿈'이 너무나도 생경한 영화였다는 점이 있다. 비평계 및 언론으로부터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데다 대중 반응은 더 썰렁했다. 마지막으로 집계된 관객동원 결과가 지난 7월 16~18일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8570명으로 8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때까지 누적관객수가 33만3227명이었으니 최종 관객수는 40만명 이하로 봐야한다. 꽤 큰 실패다. 결국 대중이 낯설어 할 만한 영화니 기사 가치도 그만큼 떨어져 기사화가 꺼려지고, 애초 기자들조차도 안 봤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출품작 선정 과정이 시시했다는 점도 기사화를 꺼리게 되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예년과 거의 동일하게 6편의 영화가 접수를 마쳤지만, 그 중 이른바 '될성부른' 영화가 없었다. '맨발의 꿈' 외 접수작은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포화 속으로', '하녀', '시', '감자심포니' 등이었다. 대부분 국내 평단에서조차 호불호가 갈린 영화들이어서 누가 뽑히건 다들 별 가망성이 없어 보이는 상황이었다.

일부에선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시'를 제치고 별다른 수상경력 없는 '맨발의 꿈'이 출품작으로 선정된데 대해 논란을 예고했지만, 일단 출품작 선정 자체에 관심이 떨어진 데다 예술지향적 칸국제영화제 취향과 대중지향적 아카데미상 취향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 잘 알려져 있어 논란거리 자체가 못됐다. '패왕별희'를 제치고 '아름다운 시절'에, '바시르와 왈츠를'을 제치고 '굿'바이'에 상을 안겨준 아카데미다. '시'보다는 차라리 '맨발의 꿈'이 더 '아카데미적'인 것은 맞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나마 개중 '아카데미적'이었던 '맨발의 꿈', 그럼에도 기사화조차 안 될 정도로 기대치가 현저히 낮았던 '맨발의 꿈'에는 과연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작 가능성이 있기나 한 걸까? 일단 이를 판단하는 데에는 의외로 영화의 퀄리티가 크게 중요치 않다는 해괴한 전제부터 내세울 필요가 있다. 뭐가 더 잘 만들었네 어쩌네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바로 지난 아카데미상만 해도 그렇다. 후보작 5편중에 들어간 페루의 '슬픔의 우유'는 일반 관객들 평가를 볼 수 있는 인터넷무비데이터베이스 평점에서 10점 만점에 6.8점을 얻고 있고, 미국 내 비평가들의 반응을 볼 수 있는 로튼토마토 집계에서도 35명의 비평가들 중 28명으로부터 호평을 얻어내 약 80%의 호평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결국 후보작 선정에서 탈락한 한국의 '마더'는 인터넷무비데이터베이스에서 '슬픔의 우유'보다 월등히 높은 8.0점을 기록하고 있고, 로튼토마토에서도 '슬픔의 우유'와는 주목도 자체가 다름을 방증하듯 무려 105명의 비평가가 리뷰를 내보냈으며 그중 100명으로부터 호평을 얻어내 95%의 호평률을 보였다. 미국 대중과 평단 모두 '마더'를 압도적으로 선호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슬픔의 우유'가 '마더'를 제치고 후보작 선정에 들어간 까닭은 자명하다. 일단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의 급증으로 결국은 미국영화상인 아카데미상도 남미영화를 더 배려하고자 하는 흐름이 근래 들어 노골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그리고 지극히 평범한 제목과 다소 평이한 소재에 딱히 한국사회 특성을 드러내진 않는 '마더'보다는 기억에 남는 제목, 특이한 소재, 그리고 페루 사회현실을 반영해주는 '슬픔의 우유' 쪽이 더 '미국'에서 주는 '외국어영화상'에 적합했다는 측면도 있다. 결국 대충 기본 '급'은 되는 영화들끼리의 경쟁이라면, 퀄리티보다도 중요한 게 영화의 '조건' 또는 '콘셉트'가 된다는 얘기다.

이런 기본전제를 놓고 '맨발의 꿈'의 후보작 선정 약점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가장 먼저 아시아 영화로서 오리엔털리즘의 결여가 큰 장애물이다. 근래 들어 아카데미 심사위원단은 외국어영화상 선정에 있어 아시아 영화에 꾸준히 오리엔털리즘의 반영을 요구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후보에 오른 5편의 아시아 영화, '와호장룡', '영웅', '황혼의 세이베이', '라간' 그리고 '굿'바이' 중 4편이 오리엔털리즘 반영이 수월한 사극이다. 그나마 유일한 현대극이자 유일한 수상작인 '굿'바이'의 경우 서구에 존재하지 않는 '납관사'라는 직업을 심층적으로 다뤄 어떤 의미에선 위 사극들보다 더 노골적으로 오리엔털리즘을 자극하고 있다. 현대극이자 무대 자체가 아예 동티모르인 '맨발의 꿈'은 이에 해당되는 부분이 전혀 없다.

소재와 제작국 간 불일치도 문제시된다. 이는 공교롭게도 2년 전 한국의 아카데미상 출품작이자 '맨발의 꿈'과 동일한 김태균 감독 작품인 '크로싱'도 함께 갖고 있던 문제다. '크로싱'의 아카데미 입성 최대 부적격 사유는 북한 현실을 낱낱이 고발한 영화의 제작국이 한국이라는데 있었다. 국지적 사회 현실은 으레 '바로 그 나라'에서 말해져야 평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북한 현실과 탈북자 현실을 한국에서 다룬다는 것은, 해외 시각으로 보자면 팔레스타인 현실을 이스라엘에서 다루는 격이 된다.

'맨발의 꿈'도 이와 유사하다. 동티모르의 처참한 현실과 그 극복의지를 다룬 영화는 동티모르에서 동티모르인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져야 평가가 높아진다. 아무리 한국 축구코치가 중심인물이라 해도, 한국인의 개입으로 동티모르인들이 희망을 찾게 된다는 테마가 한국자본으로 한국인의 손에 의해 제작됐다는 점은 제3국 입장에서 봤을 때 다소 생뚱맞다.

한편 '크로싱'에 이어 같은 감독의 영화를 출품했으니, 보다 높아진 감독 인지도를 통해 돌파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는, 그야말로 장밋빛 희망에 불과하다. 아카데미는 이상하게도 외국어영화상에 한해서만큼은 감독 인지도를 푸대접한다. 지난 2003년 아카데미에서 외국어영화상보다도 한 '급' 높은 각본상을 수상했던 스페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마저도 4년 뒤 출품한 '귀향'이 후보작 선정에서조차 탈락하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알모도바르만의 얘기도 아니고 유사한 사례가 워낙 많다. 결국 외국어영화상은 감독 인지도와는 전혀 관계없이 영화 자체로만 후보작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대표적인 부적격 사유들이고, 이제 적격 사유를 들어보기로 하자. 먼저 '축구'가 소재라는 점은 의외로 유리하다. 미국 영화업계는 묘하게도 축구를 소재로 한 해외영화들에 은근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제외 세계 모든 국가가 열광하는 스포츠에 모종의 호기심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티베트 승려들의 월드컵 열광을 다룬 부탄 영화 '더 컵', 축구로 맺어진 인도와 영국 소녀 간 우정을 다룬 영국 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 등이 모두 미국시장에서 의외의 환대를 받고 비평계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낸 바 있다. '맨발의 꿈'도 여기 한발 걸쳐볼 수 있는 기회 정도는 있다.

또한 어찌됐건 간에 아카데미는 아무리 진부하고 닳아빠졌더라도 여전히 눈물 쏟게 만드는 감동 드라마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도 짚어볼 만하다. '굿'바이'가 냉혹한 '바시르와 왈츠를', 건조한 '클래스' 등 화제작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누리게 된 원인 중 하나다. 물론 여타 국가들도 눈물과 감동 코드 영화들을 내놨을 경우 기대효과는 크게 감소되지만 말이다.

어찌됐건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맨발의 꿈'이 지난 수년간 출품작들 중 가장 후보작 선정 가능성이 낮은 영화라는 점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기 힘들 듯하다. '크로싱'보다도, '태극기 휘날리며'보다도 낮다. '맨발의 꿈'의 선정은, 이미 언급했듯, 올해 접수된 여타 영화들에 모두 더 뚜렷하고 더 치명적인 대(對)아카데미 약점들이 있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어차피 도긴 개긴이었다.

그런 점에서 향후 대(對)아카데미 전략의 핵심은 전혀 다른 곳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안 되는 영화들 놓고 공연히 왈가왈부해선 안 되며, 일단은 무조건 더 많은 영화들이 출품작 후보접수를 해야 그나마 적격자를 가릴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접수할 수 있었으나 안 했던 영화들 중에는 '의형제', '불꽃처럼 나비처럼', '호우시절' 등 어쩌면 '맨발의 꿈'보다 더 아카데미상에 잘 먹힐 듯한 영화들도 많았다.물론 별달리 품도 들지 않는 출품작 접수를 그렇게도 꺼려하는 이유 역시 익히 알만하다. 국내에서 잘만 칭찬받아놓고, 나아가 세계3대 영화제 나가서도 호평 톡톡히 받아놓고, 괜히 아카데미상 욕심 한 번 냈다 '탈락' '실패' 등 부정적 이미지만 뒤집어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클 것이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이제 접어도 무방하다. 언급했듯 현 시점 대중은 더 이상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관심조차 안 두고 있다. 기대도 전혀 없다. 그러니 이미지 타격 따윈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더 이상 뒤집어쓸 이미지 자체가 없으니 말이다.

어찌됐건 해도해도 안 된다고 해서 영화 역사상 세계 최대의 광고탑인 아카데미상을 이대로 포기해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TV드라마, 아이돌그룹 등 모든 대중문화상품이 해외로 쭉쭉 뻗어나가는 와중에도 여전히 한류의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는 영화산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괜히 체면 차릴 생각 말고 세계 최대급 영화상들 중 한국영화가 유일하게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상의 정복에 모두가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일단 한번 뚫리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아예 고속도로가 뚫려버리게 된다는 점, 이미 세계3대 영화제 예를 통해 익히 체득했을 줄 안다.

대중문화평론가 fletch@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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