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제기의 시네마니아] 멋진 화면만 있다고 모두 영화가 아니다

입력 2010. 10. 18. 21:07 수정 2010. 10. 1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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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개봉해 70만 관객이 찾은 '방가?방가!의 한 장면. 주인공 방태식(김인권)이 도덕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할 때 해거름 시골마을에 밥짓는 연기가 안개처럼 퍼진다. 태식이 마음을 다잡도록 하는 가슴 따스한 장면으로 고소한 밥 냄새가 코를 자극해야 하는데 조금은 밋밋하게 다가온다. 컴퓨터 그래픽(CG) 표시가 너무 나는 인공적인 장면이라 그렇다. 무슨 영화가 냄새까지 전해주냐고 반문하겠지만 어느 영화는 시각을 넘어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고 위까지 요동치게 한다. 촬영상의 어려움 때문이었겠지만 주인공의 심리가 극적인 반전을 이루는 중요한 대목이라 아쉽기만 하다.

CG로 대변되는 디지털은 창작자의 머리 속 모든 장면을 스크린에 구현케 해주는 도깨비방망이다. CG가 있었기에 '쥬라기 공원'에서 육중한 공룡들이 뛰어 놀 수 있었고, 판도라 행성 '아바타'의 활약상을 1,000만 넘는 한국인이 지켜볼 수 있었다. 돈만 있다면 영화 속 어느 장면도 불가능이란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CG만능주의가 만연하면서 아날로그로도 가능한 장면이 디지털로 대체되고 있다. 촬영 시간과 예산을 줄이고 배우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가 반영되고 있다. 그 결과물이 효과적일 때가 더 많겠지만 정서적 울림을 앗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CG로 빚어진 눈발 날리는 장면에선 소복한 낭만이 느껴지지도, 북풍한설의 한기가 전해지지도 않는다. 동공을 자극하되 가슴을 울리진 않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연 저 장면을 어떻게 찍었을까"라는 경탄은 "돈 깨나 들였군"이라는 가벼운 감탄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제 아무리 천하의 CG라 해도 촬영장의 땀냄새 어린 인고를 대신할 순 없다.

올 여름 흥행작 '인셉션'은 CG뒤에 아날로그의 우직함을 감춰두고 있다. 대도시 도로 위를 기관차가 내달리다 자동차와 부딪히는 꿈속 장면 등은 기관차 모양을 한 트럭을 실제 동원해 찍었다. CG로는 역동적인 질감이 두드러지지 않고 실제감도 떨어진다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판단에 의해서다. 임권택 감독이 '천년학'을 찍기 위해 벚꽃비가 내리길 하염없이 기다린 이유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지난 15일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일본의 유명 의상감독 와다 에미는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요즘 영화는 질감을 많이 잃고 있다"고 말했다. CG를 남용하는 요즘 영화는 체온 없는 로봇과 다를 바 없다. 와다의 의견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부산영화제에서 만난 대만의 예술영화 감독 차이밍량이 던진 도발적인 한마디도 오래도록 귓전에 울린다. "화면만 있다고 모두 영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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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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