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제기의 시네마니아] 개발논리에 사라진 부산영화제의 낭만

2010. 10. 1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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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하는 말이 있다. "보고 싶은 영화를 놓쳐도 맛있는 음식이 있어 그리 서운하지 않다." 맛의 고향의 정취에 취하는 것만으로도 전주영화제는 영화팬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청풍호반의 풍취를 잘 활용한 영화제다. 여름날 밤 호수 바람을 맞으며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으면 더위는 절로 물러간다. 전주의 음식과 제천의 자연은 회색 콘크리트덩이에 둘러싸인 듯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관계자들이 부러워 마지않는 요소들이다. 아무리 좋은 영화들이 상영되어도 축제의 분위기를 돋우는 것은 역시나 극장 밖의 여러 환경인 듯하다.

지난 7일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도 해운대의 아름다운 해변을 앞세워 많은 세계 영화인들을 끌어들였다. 김동호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칸보다 더 크고 멋진 해변"이라며 해외 인사들에게 자랑스레 소개했다는 해운대는 부산영화제만이 지닌 천혜의 자원이다.

아름다운 전경만이 해운대의 매력 포인트는 아니다. 해운대 해변을 따라 50m 가량 줄지어 선 횟집들은 부산영화제만의 정취를 전해주었다. 많은 영화인들이 특별한 약속을 하지 않고도 보고 싶던 동료 영화인을 마주할 수 있는 만남의 광장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부산알코올축제'라며 과도한 음주를 비판하던 일부 영화인들도 해운대 횟집 앞에만 서면 속절없이 무너졌다. 영화 팬들은 술 한잔을 기울이며 평소 보고 싶던 배우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보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 그렇게 영화인들과 영화 팬들은 해운대에서 부산영화제만의 낭만을 마셨다.

그 해운대의 낭만이 올해부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00층 넘는 초대형 건물을 짓기 위해 횟집들을 모두 철거했기 때문이다. 많은 영화인들은 해운대 주변의 여러 술집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여러 영화인들과 허름한 횟집에서 술잔을 부딪히는 톱스타들의 불그레한 인간적인 얼굴도 이젠 옛 이야기 속 풍경이 됐다. 해운대에서 팬들을 위한 여러 부대행사가 열린다지만 정작 영화광들의 가슴을 적시던 공간이 사라지니 공허하기만 하다.

부산영화제는 해가 갈수록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고, 행사도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내년에는 더 많은 스타와 수작들이 부산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 부산의 낭만에 매혹됐던 일부 영화 팬들은 발걸음을 주저할지 모른다. 무지막지한 개발논리에 사라져 버린 부산영화제의 정취가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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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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