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30개월.SRM.검역주권 무엇을 얻었나

2008. 6. 2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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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상원 기자 = 정부가 미국과의 쇠고기 추가협상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입을 기한 없이 금지하고 이에 대한 미 정부의 보증을 얻어낸 데 이어 미국내 의심 작업장을 우리 정부가 지정.조사할 있는 검역주권을 보강해 의미있는 성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30개월 이상 수입 금지와 검역주권 뿐만 아니라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에 관계없이 머리뼈 등 4개 부위를 수입 금지 부위에 추가하는 등 국민들의 주요 우려에 대한 일부 보완도 이뤄졌다.

하지만 미국 업계의 자발성에 근거한 30개월 이상 수출입 금지가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고 수입금지 추가 부위도 상업성이 크지 않아 전면 재협상을 요구했던 `촛불 민심'을 만족시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 QSA로 30개월 이상 수출입 무제한 금지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출입 금지와 관련해 미국 정부의 보증을 받아내고 수출입 금지 기간도 사실상 무제한 적용할 수 있는 성과를 얻었다.

우리 측은 애초 수입 금지에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월령 표시와 함께 연방정부 검역관이 직접 수출 작업장에서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출하는지 감시하는 수출증명(EV: Export Verification) 프로그램을 도입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 측은 민간 업자들의 자율규제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면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을 위반할 수 있다고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고 현재 20여개국과 맺고 있는 EV를 품질시스템평가(QSA: Quality System Assessment)로 전환하고 있다며 우리 측의 이해를 구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EV와 비슷한 효과가 있는 `한국 수출용 30개월령 미만 증명 프로그램(약칭 한국 QSA)'을 도입, 운영키로 하고 한국 QSA에 참여할 미국 쇠고기 수출작업장은 미국 농무부로부터 프로그램 내용의 사전승인과 함께 감독을 받도록 했다.

QSA(Quality System Assessment)는 미국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일정한 기준을 정하고 이에 맞춘 생산 프로그램을 미국 정부에 제시하면 미국 정부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점검해 인증하는 것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EV나 QSA에 법적 차이가 있을 뿐 내용은 차이가 없다"고 말했고 정부는 한국 QSA 프로그램에 따라 인증을 받은 작업장에서 생산되었다는 내용이 적시되지 않은 수출위생증명서 가 없는 쇠고기는 반송 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 QSA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지에는 의문이 남아있다. 실제 EV 프로그램이 운영되던 지난해에도 우리나라로 들어온 미국산 쇠고기에서 수입이 금지된 뼛조각 등이 여러 차례 발견됐다.

30개월 이상 수입 금지를 적용하는 기간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가 있었다. 우리 측은 최소 1년을 요구했고 미국은 120일 정도로 맞섰지만 한국 소비자의 신뢰가 개선될 때까지 기한없이 경과조치로 실시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 SRM 중 머리부분.척수 수입 금지

양측은 또 광우병위험물질(SRM)의 범위와 관계없이 머리뼈.뇌.눈(머리 부분), 척수 등 4개 부위는 수출.수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4월 18일 양국이 맺은 수입위생조건에 따르면 30개월 미만의 경우 회장원위부(소장 끝)와 편도 두 종류의 SRM만 수입 금지 품목으로 규정돼 있어 추가협상을 통해 30개월 미만에 대한 추가 금지 품목을 얻어 냈다.

하지만 이들 부위가 정부의 설명대로 지금까지 수입되지 않았고 앞으로 수입될 가능성도 없기 때문에 SRM에 대한 국민 우려를 없애기 위한 생색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등뼈가 들어간 티본 스테이크나 포터하우스(스테이크 중앙에 T자 모양의 뼈가 든 티본 스테이크의 한 종류)는 교역 금지 품목에 포함되지 않았고 우리 국민이 즐겨먹는 곱창.막창.대창 등 내장도 SRM인 회장원위부(소장끝)만 제거되면 4월 합의대로 교역할 수 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SRM에 모든 연령의 편도, 십이지장부터 직장까지 장 전체, 장간막, 뇌, 눈, 3차신경절, 척수, 머리뼈, 등배신경절 및 척주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추가협상에서 추가된 30개월 미만의 머리뼈.뇌.눈, 척수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 '의심 작업장' 우리 정부 지정.조사

검역주권도 이전보다는 강화됐다. 미국내 작업장에 대한 샘플 조사와 관련, 의심되는 작업장을 우리 정부가 특정해 점검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4월에 합의된 수입위생조건 중 `2회 이상 식품안전 위해가 발견된 경우 해당 육류작업장은 개선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중단 조치될 수 있다'는 부문도 우리 측이 수출 중단을 요청하면 미국 측이 반드시 수용토록 했다.

하지만 국민대책회의 등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는 즉시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지위를 변경하지 않는 이상 우리 측이 수입을 중단할 수 없도록 한 기존 협정문의 5조를 완전히 삭제해야 한다며 전면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또 미국의 쇠고기 수출작업장에 대한 승인권과 전수 조사권을 포기한 것도 문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 정부에 도축장 승인과 취소 권한을 넘겨주면 미국 내 600여 곳이 넘는 수출작업장이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할 권리를 가지게 되고 이들 도축장에서 위생조건 위반 등 불법을 해도 우리 정부가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 30개월이상 반입 금지 확실할까

추가협상의 결과가 수용돼 시행된다고 해도 우려되는 문제들이 있다. 미국 정부가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 금지를 보장한다고 하지만 과거 미국은 쇠고기 수출입과 관련한 합의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례가 있다.

30개월 미만 살코기만의 수입이 허용됐던 지난해 SRM 부위인 등뼈 등이 반입된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에는 미국 정부가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나온 살코기라는 것을 EV를 통해 수출 검역증에 표시해줄 때였다.

민간 자율에 근거한 QSA가 도입되면 이런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고 이 경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 대만의 쇠고기 협상 결과도 변수다. 일본이나 대만이 수입 가능 쇠고기의 월령, 수입 금지 SRM 부위, 검역 주권 등에서 우리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타결하면 후폭풍이 불 수 있다.

◇ 촛불민심 진정여부 대내협상이 관건

정부는 추가협상 결과에 대해 국제 통상규범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반대측에서는 얻어낸 것이 미미하다고 맞서고 있어 `촛불 민심'이 어떻게 바뀔지가 주목된다.

따라서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대내 협상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향후 쇠고기 정국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정책실장은 "국민이 100%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통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재협상을 하지 않고서 이 정도의 성과를 얻었다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박상표 국민건강수의사연대 정책실장은 "QSA의 경우 이미 미국이 하고 있으며 추가협상 결과를 협정문 원문을 바꾸지 않고 부칙으로 한다는 것은 법률 체계에 어긋나기 때문에 원문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미국의 이익을 다 보장해준 생색내기 협상"이라고 지적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가협상으로 촛불 집회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대규모 시위는 상당히 줄 것"이라며 "개별 부처가 아닌 범 국가적 차원의 쇠고기 관련 대책을 만들고 국민과 솔직하게 소통하는 체제를 갖추는 등 앞으로 정부가 국민과의 대내 협상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며 48시간 집회에 돌입해 추가협상 결과가 발표된 이번 주말이 쇠고기 정국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lees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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