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주권 명문화 합의..쇠고기 새국면(종합)

입력 2008. 5. 19. 12:08 수정 2008. 5. 1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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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상원 신호경 기자 = 한미 양국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는 등의 우리나라 '검역 주권'을 문서로 인정하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쇠고기 사태가 새 국면을 맞았다.

정부는 검역주권 명문화의 구체적 방식을 포함해 한미 추가 협의 결과를 오는 20일 브리핑을 통해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협의 결과 우리의 검역주권이 보다 구체적 명시적으로 보장되고, 논란이 됐던 일부 광우병위험물질(SRM)까지 추가로 수입금지 품목에 포함될 경우 정부로서는 '굴욕.불평등 협상' 비난에 대한 반박 근거를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협의 결과물인 문서 내용이 국제법에 근거한 우리의 일반적 권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수입조건상 SRM 범위에도 변화가 없다면 반발 여론을 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FTA 비준.쇠고기 수출 위해 '한미 공조'한.미 양국이 검역주권 명문화에 합의한 것은 양국 이해 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 악화된 여론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17대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미 FTA가 18대 국회로 넘어가면 비준동의안 통과에 상당한 시간을 낭비해야 하고 이로 인해 내년 초 협정 발효라는 목표에 차질이 생긴다.

미국도 일본, 멕시코와 함께 3대 쇠고기 수출시장인 한국에 쇠고기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한국내 여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의 재협상 요구에 응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0조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이미 보장돼 있는 검역주권을 명문화해주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회에서 한.미 FTA 이행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한국에 대한 쇠고기 수출이 재개돼야 한다는 점도 미국 행정부를 압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 美, 한국 검역주권 별도문서로 보장이번 추가 협의 결과로 미국은 자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때 우리나라가 수입을 즉각 중단할 수 있는 등의 권리를 문서 형식을 빌려 보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8일 타결된 합의문 5조, 즉 수입위생조건 5조는 미국에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했을 때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 광우병 지위 분류에 부정적 변경을 인정할 경우 한국 정부는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 마디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정부가 곧장 쇠고기 수입을 막을 수는 없고, OIE가 현재 '광우병위험통제국'인 미국의 광우병 위험 관련 지위를 낮출 경우에만 수입을 중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검역주권 상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0조 b항의 규정을 원용, 앞으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곧바로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고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우리 측의 권리에 대해 구두로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단순한 구두 합의로 검역 주권을 보장받기 어려운 만큼, 재협상 등을 통해 이 부분을 수입조건에 못박으라고 요구해왔다.

이후 한.미 정부도 추가 협의를 통해 결국 이 부분의 명문화에 합의했다. 다만 합의문 5조 자체를 건드리지 않고 우리 측이 미국산 수입조건에 대한 농식품부장관 고시에 부칙으로 "광우병 발병시 수입을 금지하겠다"는 규정을 추가하면 미국 정부나 주한 미국대사관이 이 부칙 내용과 우리측 권리에 대해 인정한다는 외교 문서(letter)를 써주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 횡돌기.측돌기 등 수입금지 품목 추가척추의 횡돌기.측돌기, '천추 정중천공능선(소 엉덩이 부분 등뼈의 일부)' 등도 기존 합의문과 달리 수입이 금지되는 광우병위험물질(SRM)에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위들은 식품의약국(FDA) 등 미국 내부 규정상 광우병위험물질(SRM)에 포함돼 있지만 이번 수입위생조건에서는 수입 금지 품목에서 빠져 논란이 돼왔다.

기존 수입위생조건은 '30개월령 이상 소의 척추(등뼈)'를 수입할 수 없는 SRM으로 규정하면서도 이 가운데 '(척추의) 횡돌기와 극돌기, 천추(척추의 한 부분) 정중천골능선과 날개는 제외한다'고 돼 있다.

정부는 이 부위들은 척수 등 주요 SRM과 직접 접촉하는 부분이 아니므로 유럽연합(EU) 등도 아예 SRM으로 규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해왔다. 또 이번 수입위생조건 제1조에서 수입할 수 있는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이 '미국 연방 육류검사법에 기술된 대로 도축 당시 30개월령 미만 소의 모든 식용부위와 이 식용부위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정의돼있는 만큼, 미국에서 식용이 아니라서 가공 과정에서 제거되는 이 부위들이 우리나라에 수출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추가 협의 과정에서 미국 측의 협조를 얻어 아예 수입위생조건에서 이 부위들도 SRM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 입장에서도 수입위생조건 제1조에 따라 어차피 수출하지 못하는 부위를 보다 분명히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 정부, 쟁점.논란 해소 기대지난달 18일 협상 타결 직후부터 검역 주권 측면에서 가장 큰 '불평등 조항'으로 거론됐던 5조, 즉 광우병 추가 발생시 조건이 다른 문서를 통해서라도 사실상 수정될 경우 정부로서는 "추가 협상을 추진해 결국 검역 주권을 끝까지 지켜냈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횡돌기.측돌기 등까지 수입금지 품목으로 재규정하면 "국제수역사무국(OIE) 규정에 충실히 따랐다", "미국 내수용과 한국 수출용 쇠고기가 다르지 않다"는 주장에도 힘을 얻게 된다.

정부로서는 수입위생조건 고시 연기로 확보한 열흘 정도의 시간에 어느 정도 가시적 변화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이번 쇠고기 사태 진정이나 야당의 FTA 비준 동의 등을 기대하기 어려운만큼 거의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 주요 쟁점을 해소할 방법을 강구하고 미국의 협조를 요청해 성과를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핵심인 미국의 보장 문서는 광우병 발병 등 구체적 상황을 예시하며 기존 5조 내용을 직접 언급하고 수정하기보다는, GATT나 WTO 위생.검역 조항에 근거한 한국의 검역주권 행사를 지지한다는 식의 포괄적 내용을 담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문서 내용이 지난 슈워브 대표의 '구두 인정'을 그대로 문서로만 옮겨놓은 것일 경우, "어차피 국제법에서 보장받고 미국도 인정하는 우리의 원칙적 권리를 확인한 것 뿐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미 쇠고기 수입에 반발하는 쪽에서는 광우병 발생에 따른 한국의 정당한 수입중단 조치에 대해 이의를 달거나 제소하지 않겠다"는 식의 보다 실효성있는 약속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지만 미국이 이 같은 구체적 언급에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부도 20일 추가 협의 내용을 발표한 뒤 곧바로 장관 고시를 추진하지 않고, 시간적 여유를 갖고 여론의 반응과 추이를 좀 더 살필 계획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김현수 대변인은 "통상교섭본부 발표와 상관없이 지난 14일 발표한대로 일주일~열흘 고시 연기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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