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매만이 능사 아니다

2010. 4. 1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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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인덱스펀드에 1만5000달러를 투자했더니 30년후 (30.8배인) 46만1771달러까지 불어났어요"

세계최초의 인덱스펀드 '뱅가드S&P500' 공모 30주년 기념 만찬이 열린 지난 2006년9월, 이 펀드 인수단 법률고문은 이같은 자신의 투자성적표 공개했다. 30년간 연평균 100% 가까운 수익률을 올렸다는 얘기이니 놀라울 따름이다.

게다가 그는 '투자의 전설'로 꼽히는 피터린치나 워런버핏처럼 특출한 재주나 영감을 가진 이도 아니었다. 그저 펀드에서 정기적으로 나오는 배당금을 빼쓰지 않고 꼬박꼬박 재투자했을 뿐이었다.

인덱스펀드 창시자 존 보글 전 뱅가드 회장이 저서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에서 소개한 내용이다.

투자의 고전에나 나오는 케케묵은 얘기라고 치부하는 이도 있겠지만 요즘 '펀드 썰물 사태'에 시사하는 면이 적지 않다.

최근 펀드 대량 환매는 한국 증시 사상 초유의 사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거래일수 닷새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만 2조2344억원에 달한다. 지난 7일 4160억원에 이어 8일에도 또다시 4043억원이 빠져나가 환매 러시가 쉽사리 잦아들 기세가 아니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7조7280억원)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환매 기록을 세울 게 분명해 보인다.

물론 아직 호들갑을 떨 단계가 아니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2007년 한 해에만 19조원이 몰려들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펀드통'을 심하게 앓아온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게 가볍게 여길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몇 년간 원금을 까먹어 속앓이한 것을 생각하면 다시는 쳐다보기도 싫다"며 펀드 기피증까지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시장 충격은 그렇다 치더라도 '묻지마 내지 충동형 환매'는 투자자에게도 결코 이로울 게 없어 보인다. 코스피가 1000을 첫 돌파할 때도, 2000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때도 개미들은 늘 파티에 초대받지 못했다. 7~8부 능선부터 외국인이나 기관에 주식을 계속 팔아치우다 결국 상투 부근에서야 사들여 총알받이 구실만 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장에서도 외국인에 맞서는 개미연합군이 종국에는 또다시 참담한 패배를 맛볼 것이라고 경고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래도 증시가 못 미더워 굳이 환매해야겠다면 적립식 펀드 1~2개쯤은 남겨 두거나 새로 가입할 것을 권하고 싶다.

적립식 펀드는 2007년 코스피 2000 상투 때 가입했더라도 매달 쉬지 않고 일정액을 꼬박꼬박 부었다면 지금도 평균 10% 이상 수익을 남기고 있다. 당시 2000원에 1주를 사고, 1000원까지 떨어졌을 때 똑같은 돈으로 2주를 더 샀다면 평균 단가는 1333원으로 떨어진다. 결국 코스피 2000 시절 거치식에 목돈을 몽땅 부은 투자자는 지수가 2000까지 회복해야 원금을 건질 수 있지만 적립식 투자자는 1333만 넘으면 원금 회복이 가능한 것이다. 이를 전문용어로 '평균 단가 인하(코스트 에버리징) 효과'라 부른다.

서두에 예를 들었듯 적립식 펀드나 인덱스펀드는 복리 효과 때문에 10~20년 이상 장기 투자할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평균 펀드 투자기간이 23개월에 불과해 이런 매력을 맛볼 기회조차 없다. 그런 점에서 3년 이상 장기 투자펀드에 소득공제 혜택을 부활하자는 업계 건의는 긍정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부가 눈앞의 세수 감소를 우려해 계속 미루고 있는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가입자에 대한 세혜택 확대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 운용을 주식 채권 등 고수익 상품으로 다양화하지 않으면 후대의 세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설진훈 증권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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