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특권층 정부 막아달라" 박진 "종로의 아들 뽑아달라"

2008. 3. 1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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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치1번지' 종로에선 이미 표심 경쟁이 후끈 달아올랐다. 손학규(61·통합민주당), 박진(52·한나라당) 두 후보는 똑같이 경기고-서울대-옥스퍼드 박사 출신이라는 인연이 있다. 그러나 승부는 승부다. 두 사람은 새벽부터 늦은밤까지 서울에서도 꼬불꼬불한 골목길이 유독 많은 종로를 구석구석 누비고 있다.

손학규 "특권층 정부 막아달라"

아침 운동 주민들 손잡고 "잘할 수 있게 도와주십쇼"

옅은 자주색 점퍼에 회색 골덴바지를 입은, 평상복 차림의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19일 아침 6시53분께 서울 종로구 숭인공원에 나타났다. 지리가 선 탓에 예정보다 23분이나 늦었지만, 공원에서 배드민턴을 하던 대부분의 60대 주민들은 손 대표를 반갑게 맞이했다. "열심히 해주세요"라는 주민들의 덕담에 손 대표는 "정말로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쇼"라며 주민들 손을 꽉 잡았다.

손 대표는 공원 한쪽에서 주민들이 불우이웃 돕기 모금용으로 판매한다는 일회용 커피를 집어 들었다. 손 대표는 "제가 복지부 장관을 했는데, 국가가 복지문제를 다 감당 못 한다. 민간이 자발적으로 불우이웃 돕기를 하는 것이 최고의 복지정책"이라고 말했다.

한 60대 남성은 3일 전 인근 사직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치다 넘어졌던 손 대표를 기억하는 듯 "배드민턴 잘하시던데 한 번 치고 가시라"며 그를 잡아끌었다. 손 대표는 "며칠 전 배드민턴 하다가 넘어졌는데 … "라며 바짓단을 걷어 다리 상처를 보여주면서도 라켓을 건네받았다. 손 대표는 셔틀콕을 제법 넘기다 이내 헛손질을 했다. 몰려 있던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은 "초보야, 초보!"라며 까르르 웃었고, 손 대표는 "앞으로 선생님으로 모시겠습니다"라며 넙죽 허리를 숙였다.

그러나 따뜻한 환대만 있었던 건 아니다. 오영순(62)씨는 "왜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민주당으로 갔느냐"며 따져 물었다. 손 대표는 "제가 한나라당에서 개혁파였는데, 주류로 자리잡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보여주는 특권층, 1%를 위한 정책을 막고, 남북평화를 위해 이렇게 뛰고 있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오씨는 "지금 새 정부가 자리도 안 잡은 상태"라며 "같은 대학에서 공부한 박진 의원과 맞붙는 게 안타깝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손 대표는 "제가 가만히 있으면 비례대표 받고 국회의원이 될 수도 있었지만, 한쪽으로 쏠림을 막고 균형을 갖춰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오씨가 "그래도 낙하산은 안 된다"며 발언 수위를 높이자, 손 대표는 "아주머니부터 한나라당에서 통합민주당 지지자로 바꿔야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짤막한 '설전'이었지만 앞으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손 대표를 향해 쏟아질 '공격 포인트'가 줄줄줄 나온 셈이다.

손 대표는 이어 아침 8시10분께, 종로3가의 음식점을 찾아 생태찌개로 아침식사를 들었다. 이날 종로 지역 유세 일정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당내 공천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본인 지역구 사정만 챙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15분 만에 식사를 마치고, 오전 9시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 자리를 떴다.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박진 "종로의 아들 뽑아달라"경로당서 넙죽 절하며 "어르신들 도와주세요"

19일 아침 7시. 푸른색 한나라당 점퍼를 입은 박진 의원은 청운약수터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새벽운동을 하러 약수터에 온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인왕산 기슭의 배드민턴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매일 아침 이곳에서 모이는 인왕배드민턴클럽은 1970년에 창립한 단체로, 사직동·효자동 일대의 '토박이 어르신'들이 밑바닥 여론을 형성하는 곳이다. "종로의 아들을 도와달라"며 박 의원이 인사를 건네자, 배드민턴채를 손에 쥔 주민들은 "잘 될 거다"라며 덕담을 건넸다. 박 의원은 배드민턴장에서 즉석에서 끓여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칼국수를 국물까지 들이마신 뒤 '어르신 회원'들과 가볍게 한 경기를 뛰었다. 종로에서 광고업을 하는 김아무개씨는 "박 의원은 그동안 배드민턴클럽에 몇 번 나와 인사를 했다. 그동안 종로 지역 여러곳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우린 종로를 그저 '대통령 되는 동네'로 보는 것에 반감을 갖고 있어서, 지역 발전을 위해 애쓸 사람을 뽑아주자는 정서도 강하다. 이번에도 정인봉 전 의원이 나온다던데, 한쪽에선 손 대표 같은 거물이 바람을 일으키고, 정 전 의원의 고정표가 뭉치면 박 의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을 만나본 그는 국궁 수련장인 '황학정'을 찾았다. 사람이 없어 한적한데도 굳이 이곳을 찾은 것은, 선거운동 외에 다른 뜻이 있는 듯했다. 평소 활쏘기가 취미라는 그는 "3선을 기원한다"며 온몸의 기를 모아 시위를 당겼다. 두번째 화살이 빗나가자, 그는 "당 대표가 (선거에) 나온다니 자꾸 오버하게 된다"며 자세를 고쳤다. 세번째 쏜 화살이 '3번 과녁'에 맞자, 박 의원의 얼굴엔 흡족한 미소가 감돌았다.

어느덧 오전 9시. 그의 중학동 사무실에선 이 시간마다 매일 보좌진 7~8명이 참석하는 전략회의가 열린다. 이날 회의에서 아침 상황을 점검하고, 박 의원은 바로 대학로의 경로당을 돌았다. 동숭동의 마로니에 경로당에선 97살의 박금아 할머니에게 "건강하고 오래 사시라"며 넙죽 절을 올렸다. 할머니들이 등에 뜸을 뜨자 곁에서 뜸뜨는 도구를 챙기며 거들었다. "선거에서 이기라"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격려를 받으며, 박 의원은 다시 운동화끈을 맸다.

박 의원은 "종로는 정거장이 아니다"라면서도 "종로에서 3선을 이뤄 큰 정치인으로 가는 길목을 열겠다"는 포부도 밝히고 있다. 종로민들이 '큰 인물이 되려는 종로의 아들'에게 표심을 얼마나 몰아줄지 주목된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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