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포럼 '제주도민=빨갱이' 덧칠 파문

이재홍·제주의소리 기자, media@mediatoday.co.kr 2008. 3. 2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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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소리] "제주4.3, 남로당 중심 좌파 반란" 등 정치적 편향 노출

[미디어오늘 이재홍·제주의소리 기자]

▲ 뉴라이트 계열에서 새로운 근현대사 교과서를 펴내면서 제주4.3을 '남로당이 줌심이 된 좌파세력의 반란'이라고 기술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제주의소리

친일성향 등 역사 인식을 두고 논란을 빚어온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 포럼'이 이른바 대안역사교과서라며 펴낸 '한국근현대사'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제주4.3사건을 '좌파세력의 반란'으로 표현해 제주4.3에 대해 또 다시 이념적 덧칠을 하려하고 있어 제주사회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식민지근대화론'과 '일본군 위안부는 상업 공창'이라는 발언으로 수 차례 물의를 빚었던 서울대 경제학과 이영훈 교수를 공동대표로 한 교과서 포럼이 22일 '한국근현대사'를 발간했다.

교과서포럼측은 "한국 근현대사를 통해 기존의 좌파나 민족주의 시각에 입각한 역사 서술 등을 비판하고 일반 역사 상식을 뛰어넘는 대안교과서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교과서가 민족주의 역사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들은 우파적 시각이자 지금까지 일본이 주장해 온 식민지사관에 바탕을 둔 해석이란 점에서 좌우의 정치적 색채를 떠나 기본적인 역사관마저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교과서는 제주4.3에 대해 '남로당을 중심으로 한 좌파 정치 세력의 반란'으로 규정해 또 다시 제주도민들을 빨갱이로 몰고 가려는 이념적 시도를 했다.

제주4.3이 1947년 3.1절 발포사건과 이 문제를 처리하는데 있어 미군정의 폭압적인 조치에 저항하는 제주사회 분위기를 남로당 신진세력이 이용해, 1948년 4월3일 지서와 우익단체를 공격하는 무장봉기를 시작했으나 그 이후 미군정의 강압적인 진압작전과 서청의 과도한 요인이 4.3 발발의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이른바 '남로당을 중심으로 한 좌파 정치 세력의 반란'이란 주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재향군인회 등 일부 극우단체들에서나 제기하는 문제로 사실상 이미 오래전에 용도폐기된 주장을 다시 꺼낸 것이다.

이들이 보여주는 역사관은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대다수의 농민이 자립적인 경제주체로 성립했고, 시장경제의 토양을 마련했다'고 긍정적으로 서술한 반면, 김구에 대해서는 '1948년의 남북협상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에도 대한민국의 건국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2006년 공개한 대안교과서 시안에서는 4·19를 '학생운동', '5.16'에 대해서는 '5월 혁명'으로 서술해 강한 저항을 받았던 이들은 이번에는 4.19에 대해선 '민주혁명', 5.16은 "일부 군부 세력이 헌법 절차를 거쳐 수립된 정부를 불법적으로 전복한 쿠데타"라고 규정하면서도 "5.16 쿠데타는 근대화혁명의 출발점이기도 했다"며 군사쿠데타를 미화했다.

또 일제의 한국지에 대해서도 "일제의 한국 지배는 한국인의 정치적 권리를 부정한 폭력적 억압 체제였지만 억압과 투쟁의 역사만은 아니었고, 근대 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함으로써 근대국민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두텁게 축적된 시기였다"며 일제의 식민사관에 토대를 둔 역사적 해석을 했다.

또 일제에 맞서다 죽음을 당한 명성황후에 대해서도 '민황후'로 표현했다. 이번 문제가 되는 대안교과는 주요한 역사적 쟁점에 대한 자신들의 시각에서 재해석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역사학자는 한명도 없고, 오히려 정치학자와 경제학자들에 의해 역사교과서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스스로 정치적 편향성을 노출시키고 있다.

뉴라이트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인사는 책임편집을 맡은 이영훈(서울대 경제학) 교수를 비롯해 김용직·김영호(성신여대 정치외교학)·김재호(전남대 경제학)·김일영(성균관대 정치외교학)·김세중(연세대 국제관계학)·김종석(홍익대 경영학)·전상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주익종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 김영환 '시대정신' 편집위원 등이다.

<이재홍 기자/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08년 03월 24일 (월) 12:08:37 이재홍 기자chjhlee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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