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엽기인물 한국사]7.그럼 돈을 입으면 어떨까?

2007. 10. 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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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조선왕조실록'을 연재할 당시 흥선 대원군이 면으로 만든 방탄조끼인 면제배갑(綿製背甲)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브…블란서 놈들이 강화도로 쳐들어 왔습니다!"

"뭐 코쟁이가? 이 양노무시키들이…오냐 이것들 확 쓸어버려주마!"

"…저기 우리가 불리한데요?"

"뭐?"

"그놈들이 총을 쏴대는 통에…."

"총은 우리도 있잖아! 조총 다 어디다 뒀어?"

"그게…저것들은 요상한 신식 총을 쏘는 통에 우리 병사들은 머리 내미는 족족 헤드 샷을 당하고 있습니다."

서양 신식소총에 곤욕을 치룬 흥선 대원군은 서양 소총을 막아낼 방법을 찾게 된다.

"총에 맞아도 죽지 않는 방탄조끼를 만들자!"

이리하여 흥선 대원군은 병인양요(丙寅洋擾) 이후 조선의 모든 과학기술(?)을 총동원해 면제배갑을 만들게 된다.

"이 면제배갑만 있으면, 양놈들이 아무리 몰려와도 끄떡없을 거야."

"합하! 이번에는 미쿡 놈들이 몰려 왔습니다!"

"그래? 이 미쿡 놈들 싸그리 씨를 말려버려라!"

1871년 터진 신미양요(辛未洋擾). 1866년에 있었던 제너럴셔먼호 사건을 빌미로 조선을 개항시키겠다고 미국이 쳐들어 온 것이었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있다. 겁내지 말고 돌격!"

조선 최초, 아니 세계 최초의 면 소재 방탄조끼인 면제배갑의 최초 실전 투입이었던 이 전투에서 조선군은 나름 선전하게 된다.

"오우 지져스! 총알을 맞아도 움직입니다."

"마치 좀비 같습니다. 오 마이 갓!"

면제배갑의 성능은 탁월했다. 총알을 모두 막아내는 면제배갑 앞에서 미군은 당황하게 된다. 그러나 완전무결한 무기가 없듯이 완전무결한 방탄조끼도 없었다.

"저 마쉬멜로우맨들 뭘 입고 있는 겁니까?"

"저거 솜 아닙니까?"

"솜은 불붙는데…불? 맞다 불!"

그렇다. 내탄성 하나만은 당대 최강의 능력을 보여주었던 면제배갑이었지만, 불에는 약했던 것이다. 미군들은 총 대신 불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워…워매 뜨거운 거!"

"앗 뜨거!"

면제배갑에 불이 붙은 조선군들은 혼비백산해 바다 속으로 뛰어 들었으나 그 뒤로는 소식이 없었다. 그렇다. 무거운 솜이 물을 흡수해 그대로 가라앉은 것이었다. 어찌어찌 신미양요를 넘긴 조선 조정은 이 면제배갑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됐다.

"이게…방탄성 하나는 죽이는데…."

"방탄성만 죽이면 뭐합니까? 이거 입은 애들이 거의 뭐 쪄 죽을라 그러는데…쪄 죽는 거 까지는 넘어 간다 칩시다. 불붙는 건 어쩔 겁니까?"

"솜이 불 붙는 다는 거 몰랐습니까?"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이게 전쟁터에 쓰일 거 몰랐습니까?"

"원래 작전 요구 성능이 총알만 막으면 된다고 했지 않습니까?"

"누가 공무원 아니랄까봐"

"이봐! 당신은 공무원 아니야?"

"이것들이…지금 어디서 쌈질이야? 모두 셔터 마우스! 나라가 절딴 날 판에 지금 뭐하자는 플레이야?"

"저기 합하…저게 계속 공무원틱한 말만 골라서 해서…"

"마우스 클로즈 하랬지? 이것들이 미쿡 놈 물러난 지 얼마나 됐다고, 지랄들이야? 여러 말 안하겠어. 방탄조끼 다시 개발해! 총알도 막고, 불붙지도 않는 방탄조끼를 만들어! 언더스탠드?"

흥선 대원군의 특명 앞에 개발자들은 다시 머리를 쥐어 짜내기 시작한다.

"총알 막는 거야. 어떻게든 하면 되는데, 불은 어떻게 하지? 방탄조끼에 물을 뿌리면 안 될까?"

"물 마르면?"

"그러니까, 방탄조끼 뒤에다가 생수통 하나씩을 다는 거야. 어때?"

"가뜩이나 무거운데, 거기다가 생수통을 달자고?"

불에 타지 않는 방탄조끼를 개발하겠다며, 갑론을박하던 사이 하나의 의견이 나오게 된다.

"불에도 강하고, 총알에도 강한 건 쇠 밖에 없잖아? 쇠로 만들면 어떨까?"

"그걸 누가 모르나? 근데 그 쇠를 어디서 다 충당하냐고?"

"남아도는 쇠 있잖아."

"남아도는 쇠?"

"당백전(當百錢)이 있잖아."

"당!"

"백!"

"전?"

당백전(當百錢), 흥선 대원군이 재정악화를 극복해 보겠다며 무작정 찍어낸 악화(惡貨). 재원은 없는데, 돈은 찍어내니 돈의 가치는 엄청나게 떨어져 말 그대로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돈. 결국 발행 3년만인 1868년 흥선 대원군은 당백전의 통용을 금지시키게 된다.

"창고에 썩어나는 게 당백전인데, 이걸 엮어서 방탄조끼를 만드는 거야."

방탄조끼 개발자들은 국가경제를 말아 먹었던 당백전에게 제2의 생명을 불어넣게 되는데…

"야, 이거 참 럭셔리 한데? 돈으로 방탄조끼를 만들다니…앞으로 군바리 월급은 방탄조끼로 지불해도 되겠다."

"월급이 아니라 연봉…아니 다년 계약을 해도 되겠다."

"여하튼 굿 아이디어야. 창고에서 썩어가는 돈을 이렇게 재활용 하다니, 어쨌든 대박이다."

이런 개발자들의 자화자찬 속에서 '당백전 방탄조끼' 프로트타입은 테스트에 들어가게 된다.

"다 입었으면, 일어나."

"그래, 와서 한번 뛰어봐."

"응? 야 너 거기서 뭐해? 이게 상관 말을 씹네? 어쭈? 안 일어나지? 이색희가 아주 개념을 물 말아 드셨구만?"

"그…그게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는데요?"

"…."

그랬다. 당백전으로 만든 방탄조끼는 너무 무거워 사람이 입고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외세의 침입을 막아내기 위해 온갖 지혜를 다 짜냈던 흥선 대원군과 조정의 대신들. 지금 시각으로 보면 한편의 코미디 같은 이야기였지만, 당시로서는 나라의 운명을 걸고 덤벼들었던 한판 승부였었다. 세계 최초의 면으로 만든 방탄조끼에 세계 최초의 돈으로 만든 방탄조끼라니…역시 한민족의 독창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평가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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